대선 앞에 놓인 ‘문재인의 운명’, 결말은 어디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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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떠오름이 심상치 않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기도 했다. 그동안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문이사장도 최근에는 정치에 참여할 뜻을 사실상 굳힌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손학규-문재인 경선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다. ‘문사모’라는 지원 세력까지 등에 업은 문이사장은 과연 대선을 앞두고 현실 정치에 뛰어들 것인가. 뛰어든다면 그의 정치적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이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한다.’ ‘당신(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노무현의 30년 동지이자 친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쓴 <문재인의 운명>에 나오는 대목들이다. 이 문구들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문이사장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에 참여하려는 뜻을 이미 굳힌 것으로 보인다”라는 주변의 해석도 들려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재인 이사장의 ‘워딩’(말)이다. 지난해 12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때만 해도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던 문이사장이 4·27 재·보선 이후부터는 복선을 깔기 시작했다. 신중한 행보가 트레이드마크인 문이사장이 사실상 정치 참여의 뜻을 굳혔다는 신호이다. 문이사장은 이미 야권 대선 판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하게 ‘손학규-문재인 경선 가능성’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정말 현실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 과연 그의 정치적인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문이사장이 세인들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맞물려 있다. 하나는 현재의 야권 정치 역학 구도이고, 다른 하나는 문이사장의 예사롭지 않은 최근 행보이다. 우선, 여권의 ‘박근혜 대세론’에 맞설 만한 야권의 유력 주자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서 맴돌고 있다. 야권에서 통합 내지 연대를 모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필패한다”라는 인식이 정석처럼 굳어져 있다. 손대표는 4·27 재·보선 때 성남 분당 을에서 당선된 직후 지지율이 한때 10%대로 그 전보다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동력이 떨어지더니 도로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유대표는 김해 을 재·보선에서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가 낙선하는 바람에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국민참여당의 첫 원내 진출이 좌절되면서 유대표의 ‘정치 로드맵’은 어그러졌다. 민심의 척도인 지지율도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에서 ‘유일하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사람이 바로 문재인 이사장이다. 일각에서는 ‘친노(親盧)’ 그룹에서 사실상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문이사장을 유대표의 ‘대타’로 거론하기도 한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문이사장은 야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손대표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일부 조사에서는 손대표를 근소하게 앞지르기도 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지난 4·27 재·보선을 기점으로 문이사장의 행보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현실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그가 한 발짝씩 ‘현실 정치’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5월 들어 정가에서 “문이사장이 직접 정치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그는 ‘야권 통합’을 역설하고 다녔다. 급기야 6월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를 맞아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비사를 담은 <문재인의 운명>을 내놓았다. 이 책은 발행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정치 컨설팅 전문가들은 “문재인 개인의 대중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린 계기였다”라고 평가한다. 사회비평가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강남 좌파>에서 “<문재인의 운명>은 문재인의 청렴하고 고결한 인품을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질 정도로 그는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그는 정치를 순박한 시골 소년처럼 바라보고 있어서 그가 과연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해 참여정부에서 맡았던 요직에 적합한 인물이었는가는 달리 볼 수도 있겠다”라는 예의 그 날카로운 비평도 빠뜨리지 않았다. ‘킹’이 되느냐, ‘킹메이커’가 되느냐
‘원탁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는 “4·27 재·보선 이후 문이사장은 ‘야권 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민주 진영과 진보 진영이 분립되어, 경쟁을 넘어 쟁투를 벌이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다음에 민주 정부가 세워진다 해도 이런 분립 구도로는 정부 구성이 안 된다. 힘을 합치자’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라고도 했다. 정당권 바깥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큰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이사장이 야권의 ‘대선 후보’ 그룹에 포함된 것은 이제 기정사실화되었다. 야권과 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에게 문이사장은 분명히 매력적인 카드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경남 거제 출신으로 경남고를 졸업했다. 영남권에 기반을 갖추고 있다. 야권의 취약 지역에서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운동권 투사였던 그는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한 엘리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돈 못 버는’ 인권 변호사의 길을 자청한 청렴한 이미지도 큰 자산이다. 특히 특전사 공수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는 점도 내년 대선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이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문이사장이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할 경우, ‘공수 부대 출신 후보’라는 경력이 크게 부각될 것이다. 그러면 ‘병역 면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우리 당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 정부에서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까지 터져 ‘안보 문제’에 큰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야권이 이 문제를 치고 나오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대중의 호감도도 상당하다. 이미 ‘문사모’(문재인을 사랑하는 모임)가 회자되고 있다. 노사모 이후 최대의 조직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노무현재단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문빠’(문재인 지지층)들이 전국적인 조직 확장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대중 정치인 중에서 ‘○사모’라는 조직의 성원을 한 몸에 받은 이는 노 전 대통령 이후 지금은 박근혜 전 대표 외에는 없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을 추종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이 ‘문재인’이라는 새로운 깃발을 들고자 하는 분위기는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참여정부 당시 공기업 임원을 지낸 바 있는 ‘청맥회’(참여정부 고위 공직자 출신 모임)의 한 인사는 “그동안은 솔직히 마땅한 대안이 없어 그냥 지켜보는 분위기였는데, 그런 면에서 문이사장의 최근 등장은 흐트러진 전열을 다시 모을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이사장은 아직 ‘정치 검역대’를 통과하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등으로 국정 운영에 참여하기는 했어도, 현실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없다. 정치력과 리더십 등이 검증되지 않았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역시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군에 거론되는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문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만 계승해서는 희망이 있겠나? ‘문재인’이 갖고 있는 비전과 가치를 갖고 문재인의 정치를 해야 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집권 의지 얼마나 강한지도 관건
어쨌거나 문재인 이사장의 등장이 야권 전체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희상 민주당 의원은 “문이사장은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국민 통합 능력에서 기본 점수를 따고 있다. 도덕성의 장점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흐트러진 적도 없다. 정파의 기본 조직이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이것은 당에서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의 한 참모 역시 “문이사장의 등장은 야권 전체적인 관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당장 문재인 이사장의 부각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쪽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진영이다. 이에 대해 노항래 국민참여당 정책위원장은 “유대표와 문이사장이 ‘친노’ 그룹으로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약간 다른 면도 있다. 유대표는 진보 쪽으로, 문이사장은 중도 쪽으로 폭이 넓다. 또 유대표가 활동적이라면, 문이사장은 안정적이다. 분명히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망론’에 대해 신중론을 펴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문이사장에게는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짙게 남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에 문이사장이 있는 것이 아닌가. 국정 운영에 참여했다고 하지만 외교나 안보, 복지, 남북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정책 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국민들이 실제로 지지하는지, 아니면 거품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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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9
대선 앞에 놓인 ‘문재인의 운명’, 결말은 어디로?- 김지영, 조현주// 시사저널 1137호, 20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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