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0

조남호 “정리해고 불가피”-김진숙 “철회해야 내려가”

"3년안 경영정상화 위해 최대한 노력…성장 발판이 마련되면 다시 모셔올것"

출국 50여일 만에 귀국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10일 부산시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발표해 정리해고 철회 요구에 "기업과 임직원들이 다 같이 생존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일축했다.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방문을 두고는 "불법적 압력"이라고 비난했다.

조 회장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한 채 크레인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행위는 사태 해결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는 위험하고도 불법적인 행위로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거듭 드러냈다.

그는 '김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게 할 대책'을 묻자 "장기간 올라가 계신 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건강이 우려된다. 올라가 계신 것이 한진중공업과 협력업체를 위해 도움이 되느냐고 묻고 싶다. 내려온 뒤 한진 정상화 후에 뜻을 펼쳐도 되는 일이 아니냐. 조속히 내려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재계 압력으로 정리해고 철회를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는 "영도조선소의 생존이 가장 시급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경영상 구조조정에 대한 원인과 법적 정당성을 근거로 아무 책임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다시 한번 사죄드리면서 그동안 각계와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지 못한 점 또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청문회 출석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3년 이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 회사를 떠나야 했던 가족을 다시 모셔올 것"이라며 희망 퇴직자 자녀 2명에게 대학 졸업 때까지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영정상화와 관련해선 "영도조선소는 8만평이라는 작은 부지여서, 특수선박 건조로 특성화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필리핀 수비크조선소로 수주 물량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경쟁력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며 "영도조선소를 포기하거나 부산 영도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행적을 묻는 질문에는 "선주가 있으면 전세계 어디든 간다. 영업상 비밀이다"라고만 답했다.

부산/이수윤 기자 syy@hani.co.kr

크레인 농성 김진숙씨 전화통화
"적당히 무마하고 넘어가려 해…정리해고 철회해야 내려갈 것"
"53일만에 돌아와서 불법농성·시위탓에…경영활동 힘들다고 하는 건 국민 모독"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 선박크레인에서 217일째 농성중인 김진숙(5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0일 와의 통화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기자회견은 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싼 국민적 관심을 희석시키고 갈등을 적당히 무마하려는 것"이라며 "정리해고가 즉시 철회되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노조와 구조조정 중단을 합의한 뒤 직원들을 무더기 희망퇴직시키고 정리해고를 했고, 지난 3년 동안 고의로 수주를 회피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3년 뒤 정리해고자들을 재입사시킨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 지도위원은 "공장을 정상화하려면 정리해고자를 먼저 복귀시켜야 한다"며 "조 회장은 적당히 넘어가려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내려갈 수 있는 실질적인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조 회장이 '외부세력이 불법 고공농성과 시위를 벌여 합법적인 경영활동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교섭도 제대로 하지 않고 국회 청문회를 피해서 외국으로 나갔다가 53일 만에 돌아와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또 '회사가 정상화된 뒤 (김 지도위원이) 자신의 주장을 펼쳐도 된다'는 조 회장의 발언에는, "회사가 정상화되면 내가 주장할 것이 없다"며 "정리해고를 철회하는 것이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이 오는 17일 국회 청문회에 나갈 뜻을 밝힌 것에는 "국회에 가서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했다.

김 지도위원은 한나라당이 "김 지도위원도 조 회장과 함께 국회 청문회에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일 뿐이며 청문회에는 조직의 대표가 가는 것이 맞다"고 거부 뜻을 밝혔다.

이어 "(한나라당과 회사 쪽은) 내가 내려가면 정리해고 문제가 무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정리해고 중단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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