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0

“미국에 돈 빌려주려고 허리띠 조르나” 도마에 오른 중국의 미국채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는데 왜 중국이 최대 피해자가 되었는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에선 정부를 향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3조2천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외환보유액을 미국 국채에 집중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자초했다는 분노다. 지난주부터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는 중국 당국의 외환보유고 관리를 비난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이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외환보유고로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공생관계'는 좌파 경제학자들의 비판을 받아왔지만, 일반인들까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3조2천억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1조2천억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등 달러 보유 자산 비중이 약 75% 에 이른다. 한 누리꾼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중국의 전략적 의사결정권자들은 돼지 같다"며 "중국의 재산을 남의 나라 국민들이 쓰도록 해왔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값싸게 중국 제품을 사고, 중국은 미국 달러를 사고, 결국 중국인들은 가치 없는 자산만 갖게 됐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이런 분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계속 미국 국채를 사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면 달러 시스템은 붕괴하겠지만, 중국이 쌓아놓은 3조2천억달러의 외환보유고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로선 미국 경제의 운명을 손에 쥔 동시에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키게 된다. 베이징대 황이핑 교수는 경제사이트 에 "미국 국채 이상의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썼다.

중국은 금, 유로 채권, 일본 등 아시아 국채를 사들여 외환보유고의 다양화를 시도해 왔지만 달러를 대체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외환보유고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민은행을 비롯한 중국 정부 기관들은 이런 비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관영 언론들만이 연일 '미국의 빚 중독'을 비난하며 여론의 분노를 미국으로 돌리려 애쓰는 모습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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