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왼쪽)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오른쪽)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포함된 6·2지방선거를 한달가량 앞둔 5월7일 서울 장충동 만해엔지오(NGO)교육센터에서 열린 '학생 종교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서약식'에 나란히 참석해 서약을 위한 서명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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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곽노현 현 서울시교육감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를 26일 체포한 것은 양쪽의 불법적인 돈거래 단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직 서울시교육감을 겨냥하고 있는 수사라는 점에서, 착수 사실 자체가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초기 단계라고 밝히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체포해온) 박씨 등을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곽 교육감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 보자"며 여지를 뒀다. 검찰은 박씨 쪽에 처음 돈이 흘러들어간 시점인 2월부터 따졌을 때 선거법의 공소시효(6개월)가 얼마 남지 않아 박씨의 체포를 서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광범위한 계좌 추적을 통해 돈의 흐름을 파악했고, 이를 근거로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는 상당한 정도로 진척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박씨의 동생 계좌에 돈이 들어간 사실과 함께, 이 돈을 입금한 사람이 곽 교육감과 절친한 사이인 ㄱ씨라는 것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형제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검찰은 ㄱ씨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곽 교육감 쪽이 '후보 단일화'에 응한 박씨 쪽에 후보 등록 당시 선관위에 낸 기탁금(5천만원)에다 '알파(α)'를 얹어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복기'해 보면, 박 교수는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 경선에 불참하고 독자 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계속하다가 투표를 2주 앞둔 5월19일 곽 교육감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곽 교육감의 선거운동본부에서 당시 회계 책임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박 교수 쪽이 단일화의 조건으로 선거비용 보전 요구를 해와 여러차례 협상을 했다"며 "하지만 곽 교육감이 '무조건 단일화를 해야 하지만, 조건 없는 단일화여야 하고 돈 문제가 관련된 단일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뒷거래'를 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당시 박 교수 쪽 선거운동본부를 거쳐 곽 교육감 쪽 선거운동본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박 교수 쪽에서 곽 교육감에게 돈을 요구했고, 곽 교육감이 당선된 뒤 박 교수가 직접 곽 교육감 집으로 찾아갔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박 교수는 (돈을) 받고 싶었을 수 있으나, 곽 교육감은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곽 교육감 쪽은 박씨가 받고 있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정치적 배경을 가진 수사'라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박상주 서울시교육감 비서실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세훈 시장 쪽 패배로 끝난 뒤 수사 결과를 흘린 점에 비춰볼 때, 명백히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박씨와 그의 동생은 물론, 이들과 관련돼 있는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샅샅이 추적해 근거 자료를 확보한 상황이어서 '수사 초기'라는 검찰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최악의 경우 곽 교육감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훈 김정필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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