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 오세훈 서울시장의 '나홀로' 행보를 두고 한나라당 내 후폭풍이 거세다. 주민투표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오 시장의 여권 내 입지가 극도로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21일 오 시장이 당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하자 당혹과 분노로 발칵 뒤집혔다. 홍준표 대표는 김기현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야당의 반민주적인 주민투표 거부 책동에 시장의 거취를 연계하는 것을 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전날 정두언 여의도 연구소장 등과 오 시장을 만나 "시장직을 주민투표와 연계하면 당 차원의 지원을 끊겠다"고까지 압박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홍 대표는 21일 예정한 기자간담회도 취소했다. 이범래 비서실장은 "홍 대표가 많이 화난 것 같다"고 말했다.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도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에 반대했다. 나 최고위원은 "시장직을 걸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고 했고, 남 최고위원도 "시장직은 주민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며 이는 서울시민과 한나라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훨씬 더 격했다. "배신자", "이기주의자", "물귀신"이라는 거친 단어도 가감없이 튀어나왔다. 의원들은 오 시장 사퇴가 내년 서울지역 총선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위협을 느끼고 있다. 구상찬 의원은 "주민투표 시작부터 시장직 연계까지 당의 상황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자기의 정치적 모양새만 고집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다 죽으라는 이야기 아니냐"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오 시장이 서울시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주민투표 독려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내년에 야당이 서울시장을 차지한 상황에서 갑갑한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자폭성 협박'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완전히 물귀신 아니냐"고 말했다. 또다른 한 초선 의원도 "오 시장이 뛰어내릴 수 없는 기차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싣고 일방적으로 운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을 당에서 제명시켜야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한 당직자는 "당 공천을 받아 서울시장이 된 사람이 당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혼자 결정했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해온 주민투표 참여 독려활동을 접겠다는 말도 튀어 나왔다. 구상찬 의원은 "오 시장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다. 그동안 새벽같이 나가 투표 참여를 독려했지만 이젠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의원은 "주민투표를 독려하는 건 정당한 민주적 절차에 따른 명분이 있는 행위지만, 오 시장을 살리려고 투표를 독려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당 주변에선 오 시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하건 당의 중지를 거스른 이번 결정이 상당한 장애물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한 서울 초선 의원은 "주민투표 발의부터 시장직 연계까지 독단적인 결정을 한 것은 앞으로 오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내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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