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방송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여러차례 눈물을 보였다. 지난 12일 '2012년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 때보다 훨씬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이었다.
오 시장은 "복지 포퓰리즘과의 전쟁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선택"이라는 대목에서 울컥한 뒤, "반드시 33.3% 투표율을 넘겨 시민 여러분의 엄중한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한 뒤에는 뒤돌아선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때마다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오 시장은 세차례 등을 보였다. 회견문을 낭독한 뒤에는 "이게 제 충심"이라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오 시장이 이날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와 시장직을 연계하겠다고 밝힌 것은, '최후의 카드'를 꺼냄으로써 주민투표 참여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서울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투표율이 조금 올라갈 것으로 본 모양"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 쪽은 그동안 자체 조사를 통해, 36%의 투표율을 예상해왔으며 시장직을 걸 경우 투표율이 5%포인트 정도 올라 41%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해왔다. 투표함을 열어보려면 투표율이 33.3%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선언으로 투표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지난 19일 여론조사에서는 투표율이 23%에 그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20일 오 시장을 만나 이 결과를 제시하며 "시장직을 걸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서울 지역 의원은 "국회의원이 4년 임기 내내 지역을 뛰어다녀도 1만표를 더 끌어올리기 어렵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때 208만표를 얻었으며, 이번 주민투표에서는 278만명이 투표장에 나와야 투표함을 열어볼 수 있다. 오 시장을 찍은 사람보다 70만명이 더 투표에 참여해야 개함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오 시장의 이날 선언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해석이 많다. 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어차피 '식물 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에 투표를 사흘 앞두고 배수진을 치는 모양새로 '복지 포퓰리즘 반대'라는 명분을 확실히 하려는 것이라는 얘기다. 오 시장은 평소 "시의회의 4분의 3, 구청장의 5분의 4를 민주당이 장악한 상태에서는 일을 하기 어렵다"고 공·사석에서 토로해왔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오 시장이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전략적으로 '대선 불출마'(8월12일)와 '주민투표-시장직 연계' 선언을 두 단계로 나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시장의 '벼랑끝' 전략이 '정치 이벤트'로 희석될 것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제기되는 이유다. 그만큼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 때 (시장직 연계가 아닌)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버려서 희화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시장직을 걸 거면 시장직 연계 여부 얘기가 나왔을 때 분명히 했어야지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하면 보기 안 좋다"며 "별 효과가 있을 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황준범 엄지원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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