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5

10월이냐 4월이냐…여야, 서울시장 보궐선거 신경전

24일 개함 요건 미달로 무산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국에 큰 파장을 예고한다. 여야의 정국 주도권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 변수는 총선·대선의 지형을 뒤흔드는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관심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에 쏠리고 있다. 여야는 우선 오 시장의 사퇴 시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올 하반기 10·26 재보선 때가 아닌 내년 4·11 총선과 함께 치르도록 오 시장의 사퇴를 9월30일 뒤로 미뤄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 시장도 이날 투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퇴 시점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측근을 통해 "하루 이틀 안에 밝히겠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 시장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며 10·26 보선을 벼르고 있다. 박선숙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오 시장의 버티기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시작했다.

만약 오 시장이 청와대와 당의 만류를 뿌리치고 즉시 사퇴를 결심해 서울시장 보선이 10월에 치러지면 현재로서 야권이 유리하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해석이다. 야권은 서울시장 후보 경쟁 분위기에 즉각 돌입할 것이다. 야권은 또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서울시장 보선을 야권연대의 시험대로 삼아 구심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보선 원인 제공자인 한나라당에는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10월 보선에서 서울시장을 잡는 쪽은 4월 총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셈이고, 이는 12월 대선에서도 든든한 토양이 된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서울시장과 시의회, 구청장을 사실상 모두 장악해, 한나라당이 다수인 서울지역 국회의원 분포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선에서 이긴다면 분위기를 대반전시킴으로써 총선과 대선 가도에 파란 불이 켜지게 된다.

오 시장이 사퇴를 10월1일 이후로 미뤄 서울시장 보선이 내년 4월에 치러진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인물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국회의원·서울시장을 뽑는 선거로 총선 판이 훨씬 커지게 된다. 한나라당 서울 의원들 사이에는 "서울시장 보선을 총선 때 함께 치르면 '오세훈 심판'과 한묶음이 돼버려 오히려 불리하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이번 주민투표 결과로 인해 나름 구상해온 스케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10월 서울시장 보선이 이뤄질 경우, 총력전 속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대선 주자들이 지원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사실상 대선 국면이 시작된다. 또 복지 확대 논쟁이 가열되면서 박 전 대표 등 여권의 대선 주자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 행보를 강화할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을 측면지원한 이 대통령도 동반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주민투표 패배는 공직자들에게 레임덕(권력누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공직자들이 민주당에 기웃하면서 정권의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승리'를 주장하며 정국 주도권을 쥐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복지 확대 정책을 공세적으로 내놓으며 정책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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