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잤느냐?"
"잘 잤을 리가 있겠느냐."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아침 공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짤막하게 답변했다.
그는 시내 식당에서 친지들과 아침 식사를 한 뒤 시장 집무실이 있는 서울시청 다산플라자로 출근했다. 청사 앞에서 또 다시 기자들이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이날 근무시간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종현 대변인이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했다.
이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시장직의 엄중함,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하고, 당과 당원을 고려해야 한다"며 "하루 이틀은 중앙 및 지역당과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늦어도 일요일에는 거취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당에서 만류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 땐 오 시장이 결단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오후 브리핑에서는 "즉각 사퇴냐, 10월 재보선에 연계한 사퇴냐, 이 두 가지 개념 밖에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한나라당 일각의 사퇴 만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조기 사퇴로 물러나겠다는 얘기다.
국회의원은 사직할 때 본회의 의결이나 국회의장 허가가 필요하지만, 단체장은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다. 지방자치법은 "단체장이 사임하려면 지방의회 의장에게 미리 사임일을 적은 서면(사임통지서)으로 알려야 한다. 사임통지서에 적힌 사임일에 사임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단체장이 궐위된 때에는 직무를 대행하는 자가 지방의회 의장과 관할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오 시장이 사퇴를 결심하고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사임통지서를 보내는 순간, 한나라당이 사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오 시장이 당과 하루 이틀 조율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은 정당인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오 시장이 조기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그를 잘 아는 정치인은 이런 설명을 내놓았다.
"오 시장은 보기보다 원칙주의자다. 서울시 안에서는 '오 고집'이라고 부른다. 김문수 경기 지사와 대비되는 캐릭터다. 질질 끄는 것은 오 시장 스타일이 아니다. 정치적으로도, 보궐선거가 내년 4월로 넘어가면 무상급식 이슈는 파묻혀 버린다. 이번에 어렵게 표를 몰아준 유권자들을 위해서라도 올 10월에 보궐선거를 치르는 게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권혁철 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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