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6

경기동부와 친박계는 어떻게 다른가 기성정당과 진보정당 '정치블록'의 같은 점과 다른 점

경기동부와 친박계는 어떻게 다른가

기성정당과 진보정당 '정치블록'의 같은 점과 다른 점


정치권에는 정파 혹은 계파라는 이름의 정치블록이 존재한다. 정치활동이라는 것이 완전히 개인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만큼 정치행동을 같이하는 블록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정치권의 흐름을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 정치블록이다. 특히 기성정치권의 ‘합종연횡’을 설명하는 데서 빠지지 않는 것이 ‘계파’다. 

진보정당에도 ‘정파’가 존재하며 최근 통합진보당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자연스레 당 내부의 계파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까지 떠오른 이른바 ‘경기동부’라는 명칭의 세력도 통합진보당의 정파 중 하나다. 

그렇다면 진보정당과 기성정치권의 계파는 어떻게 유사하고 어떻게 다른가.

진보정당과 기성정치권의 정치블록 공히 인적 네트워크가 기본이다. 보통 회원을 갖는 조직형태를 띠고 있지는 않되, 어떤 블록의 입장을 갖는 인적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 정당의 정치적 입장을 결정할 때나 간부, 혹은 후보자를 선출할 때 힘을 발휘하는 게 정치블록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적 의사결정 방식이 다수결인 만큼 정치블록 간 대결은 표대결로 외화된다.

예컨대, 구 한나라당에서 친박계와 친이계의 대결은 신문을 장식하는 주된 테마였다. 이는 민주당에서도 비슷했다. 진보정당에서도 대표단 등 간부 선출과정이나 대의원대회에서 입장을 정할 때 정파별 입장이 드러나고 각 정파의 역학관계에 따라 진보정당의 입장이 결정되고 간부가 선출된다.

그렇다고 진보정당의 정파와 기성정치권의 계파가 똑같지는 않다. 일단 정치블록의 ‘이름’이 다르다. 새누리당내 계파로 ‘친이계’와 ‘친박계’가 꼽히고 민주통합당은 ‘손학규계’ ‘DY(정동영)계’ 등의 계파 이름이 등장한다. 반면 통합진보당에는 이른바 ‘경기동부’ ‘인천’ ‘광주전남’ ‘부산울산’ 등의 지역기반의 명칭과 ‘참여계’ ‘다함께’ 등의 조직기반의 명칭이 있다.

기성정당의 ‘계파’는 보스정치의 산물이다. 유력정치인에 줄을 대는 방식으로 정치블록이 형성된다. 인적네트워크는 당연히 보스와 얼마나 가까운가로 결정된다. ‘친박계 좌장’ ‘친이계 대표’라는 수식어는 이 때문에 나온다. ‘계파’는 보스의 정치적 성공을 목표로 하게 되고 보스간 대결에서 승리한 계파가 당권을 쥐게 된다. 이명박 정권 초기 한나라당은 ‘친이계’가 주도했고, 정권 후기 새누리당의 ‘비대위’가 만들어지면서 ‘친박계’가 힘을 얻었다고 평가된다.

진보정당은 탄생부터 활동까지 사회운동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정치블록의 인적네트워크도 사회운동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운동, 학생운동, 지역운동, 혹은 정치단체에서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는 이들이 모여 그룹을 형성하게 된다.

진보진영의 세력 간 분포를 설명하는데 가장 손쉽게 쓰이는 블록은 ‘NL’과 ‘PD’다. 진보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80년대 중후반 진보진영 내에서 벌어졌던 논쟁을 통해 블록이 형성됐고, 당시 형성된 인적네트워크가 현재까지 영향을 주고 있으며, 내용상에서도 경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자유주의적 성향을 갖는 구 국민참여당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기도 하다.

진보는 크게 NL과 PD로 구분되지만 세부적으로도 정치블록이 존재한다. 

이 중 NL진영은 노동운동이나 농민운동 등 계급운동과 지역기반의 정치활동으로 성장했는데,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같은 지역의 활동가들이 교류하고 공동사업을 벌이면서 자연스럽게 정치블록화 됐다. 특히 90년대 초반 진보운동은 ‘포스트 전민련’을 주창하며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이라는 전국적 전선조직을 탄생시켰는데, 전국연합은 지역과 부문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었다. 민주노총이나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부문 조직에는 여러 정파가 섞여 있는데다 한 세력이 강한 주도력을 갖고 있지 못했던 반면 지역에서는 정파가 섞여 있다 하더라도 한 세력이 주도력을 뚜렷하게 갖게 되면서 정파명에 ‘지역’이 등장하게 됐다. 정파명에 지역이 등장하긴 하지만, 대부분 전국적으로 세력이 분포돼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PD진영은 성장과정에서 지역운동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노동운동과 의제별 운동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때문에 이들은 노동운동 내의 활동가조직을 중심으로 정파블록을 형성했으며, 노동운동 외부를 포괄하는 사회단체를 만들면서 세력을 넓혔다. 통합진보당 내의 ‘다함께’가 있으며 진보신당 내의 최대파로 여겨졌던 구 ‘전진’이 대표적인 정파로 꼽힌다.

기성정당과 진보정당의 정치블록은 형성과정이 다른 만큼 움직이는 양상도 다르다. 기성정당의 계파가 보스의 입장이나 오더에 따라 움직이는 반면, 진보정당의 계파는 정치방침에 따라 움직인다. 진보정당의 정파 형성과정이 정치활동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어서 ‘누구’의 오더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정치적 방향과 활동과정에서 형성된 경험에 따라 정치 입장, 혹은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때문에 정파별로 비슷한 입장을 보일 때도 있으며 때로는 같은 NL 혹은 PD 진영 내에서 세부적으로 다른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해서 진보운동 내부에서는 정파를 ‘의견그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정파의 유력정치인이 등장하거나 실제 정파 내에서 주도력을 발휘하는 인물이 있어도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그를 ‘수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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