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5

"BBK·노정연·박정희·전두환… 무성했던 소문 캐러 공문서 6000건 뒤졌죠"

국내 정치권력과 재벌가의 비리를 폭로해온 재미(在美) 블로거 안치용(45·사진)씨가 '시크릿 오브 코리아-대한민국 대통령, 재벌의 X파일'(타커스)을 펴냈다. 책은 BBK 사건으로 시작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하와이 부동산 불법매입 과정을 파헤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녀 노정연씨의 100만달러 환치기 의혹을 비롯해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가족의 비리, 과거 정권의 이인자 노릇을 했던 김형욱·이후락·차지철 등의 미국 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도 해부했다.
부산대를 졸업한 안씨는 1991년 울산 경상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1992~94년 미주(美洲) 조선일보, 귀국해 YTN에서 5년간 기자 생활을 했다. 2003년 미국 뉴욕으로 이민, 2009년 8월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http:// andocu.tistory.com)'를 개설해 한국 권력층의 해외 불법 자산에 대한 폭로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전화를 통해 만난 안씨는 "요즘은 하루 3000~5000명이 내 블로그를 찾는다"며 "그간 블로그에 올렸던 내용 70%에 새로운 취재 결과물 30%를 추가해 책을 엮었다"고 했다.
―왜 1인 미디어 기자로 활동하나.
"탐사보도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언론사에 소속되면 출입처 기사를 처리하느라 하고 싶은 취재에만 몰입하기 쉽지 않다.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할 때는, 어떤 소문이나 의혹이 제기될 때 '어디 가면 뭐가 있겠다'는 감이 와도 막상 다른 일에 쫓겨서 심층취재를 할 수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집중적으로 팔 수 있어서 좋다. 도서관과 집이 사무실이다."
―취재 대상은 어떻게 고르고, 어떤 방식으로 취재하나.
"미국 한인사회에는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과 관련해 떠도는 소문이 많다. 소문이 나올 때마다 메모했다가 캐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9시 집 근처 공공도서관으로 출근해서 오후 6시까지 노트북으로 자료를 찾고, 일주일에 1~2일은 법원 등으로 현장 취재를 간다. 미국의 대부분 카운티는 재판 기록, 등기 서류, 부동산 계약서 등을 공개하기 때문에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6000건 이상의 공문서를 들여다봤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어떻게 찾나.
"미국 내 부동산 사이트와 검색 사이트에서 해당자와 주변 인물들을 복합적으로 검색한다. 정확한 영문 스펠링이 문제인데, 이씨라면 Lee, Rhee, Li 등으로 다양하게 입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씨 성을 대부분 'Roh'로 표기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씨는 'Ro'로 표기해서 중국인처럼 보이게 했었다."
―수입은?
"블로그가 서서히 소문나면서 배너 광고가 생겨 월 3000달러 정도 수준이다. 아들(9학년)과 딸(5학년)을 부양하기에는 빠듯하지만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생활비 절반을 벌기 때문에 밥 굶을 정도는 아니다."
―지금은 뭘 취재 중인가.
"박정희 정권 시절의 권력자에 관련된 자료를 확보해 놨다. 책에는 내가 2009년 미국 뉴저지주 공동묘지에서 발견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묘비에 관한 얘기도 있는데, 앞으로 김형욱 관련 취재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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