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5

슈퍼 주총데이, 조용히 묻어간 횡령·배임 재벌 기업들

23일 672개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가 몰린 '슈퍼 주총데이'에서는 총수가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는 기업들이 주주들의 성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별다른 반대 없이 정관변경 등 총회를 원만하게 마쳤다.

◆ 하이마트, 태광산업 소란 우려 주총장 봉쇄

회장과 전 회장이 검찰 수사와 재판 중인 하이마트(071840)와 태광산업(003240)은 이날 소란을 우려해 주주를 제외한 취재진 등 외부인의 출입을 봉쇄했다.

하이마트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대치동 강남구주민센터에서 삼엄한 경비 아래 제25기 주주총회를 열고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안) 등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하이마트가 선종구 회장의 자녀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수백억원어치 광고 물량을 몰아준 것으로 나온다"며 "이에 대한 해명 없이 감사보고서를 통과시킬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하이마트 우리사주 조합원 250여명이 "의안과 상관없는 질문을 하지 말라"며 제지했다.

태광산업도 소수의 주주만 참여시켜 30여분만에 주총을 끝냈다. 태광은 이호진 전 회장이 회삿돈 유용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데다 '장하성 펀드(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해온 터라 올해는 경비인력을 대거 배치하는 등 단속에 나섰다. 특히 이날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제51회 주총은 비공개로 일부 주주만 신분증 확인을 통해 50여명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도 막았다. 11시에 열린 태광계열 대한화섬 주총도 비슷하게 진행됐다.

◆ SK·한화 '오너 리스크' 속 정관개정 일사천리 진행

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SK(003600)와 한화(000880)도 별다른 문제없이 주총이 20~30분만에 끝났다.

이날 서울 종로구 SK빌딩에서 열린 SK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재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등 안건을 30분 만에 처리했다. 주주들은 제기된 의안에 대해 전원 찬성했다.

SK텔레콤(017670)도 이날 서울 봉천동 보라매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26분만에 끝냈다. 올해 IT기업 중에서는 최단 시간 기록이다. 일부 주주가 사외이사가 너무 많다며 줄일 것을 요구했지만 5명을 고수했다. SK텔레콤 주주들은 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가량 떨어졌지만 대부분 안건에 대해 박수로 찬성의사를 밝혔다.

최근 김승연 회장의 횡령·배임과 공시 지연으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겪었던 한화도 이날 1명의 반대도 없이 20여분 만에 폐회를 선언했다.

/설성인 기자 seol@chosun.com
/안석현 기자 ahngija@chosun.com
/우고운 기자 w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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