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3

[유레카] TV토론 선거 / 김이택

선거에 텔레비전(TV) 토론이 도입되기 시작한 건 1956년 미국에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 경선을 위한 티브이 토론이 (ABC) 방송 주관으로 마이애미 지역에서 처음 진행됐다. 1959년 커뮤니케이션법의 '동등시간 원칙'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 다음해 유명한 케네디와 닉슨의 맞대결 방송 토론이 벌어졌다. 진실한 뉴스 이벤트인 경우 모든 후보자에게 동등시간을 배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를 인정함에 따라, 두 사람만의 대토론(Great Debates)이 성사될 수 있었다.

당시 두 후보자만의 토론회가 4회 연속의 시리즈로 방송되면서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티브이로 토론회를 본 유권자는 케네디가 잘한 것으로 본 반면, 라디오로 토론회를 들은 유권자는 닉슨에게 호평을 했다고 한다. 티브이에 비친 닉슨의 이미지가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우리 선거 역사에서 티브이 토론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는 1995년 서울시장 선거다. 여당이던 민자당의 정원식 후보와 민주당 조순, 무소속의 박찬종 후보가 맞붙은 6월18일 주최 티브이 토론에서 '유신 찬양 기고'에 대한 조 후보 쪽 질문이 "합의 위반"이라며 박 후보가 토론을 거부하는 장면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직전까지 높은 지지율로 당선을 기대하던 박 후보는 민주당의 집중공세 속에 9일 뒤 치러진 선거에서 33.5%의 득표율로 42.4%를 얻은 조 후보에게 패했다.

10월26일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 간의 티브이 토론이 두 차례 열렸고, 앞으로 여야 후보 간 토론도 예상된다. 이미지 정치란 비판도 있지만, 돈이 적게 들고 정책선거로 이끌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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