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4

경선 최대 흥행 메이커로 맹활약공동선거대책본부장 맡기로 합의

민주당의 '운명'을 짊어지고 나섰던 선거였기에, 패배의 충격도 적지 않은 듯했다. 불꽃 튀는 '박대박' 대결에서 진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3일 국민참여경선이 끝난 서울 장충체육관을 총총히 나섰다. 쏟아지는 질문에 "시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고, 민주당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박영선 후보와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는 박원순 후보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합의했다.

박 후보는 '아름다운 패자'였다. 민주당 경선에서부터 이날 참여경선까지, 그는 대중성과 전투력으로 분위기를 달구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박 후보의 출마는 '마이너리그' 전락 위기에 놓였던 민주당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젊은 민주당, 변화하는 민주당을 내건 그는 당내 경선에서 3명의 '정치 선배'들과 맞붙어 당당히 제1야당의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꿰찼다. 앵커 출신으로, 재벌·검찰 개혁에 앞장서 온 대중성과 개혁성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박 후보는 지난달 15일 공식 출마 선언과 동시에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거는 등 민주당 정책통으로서의 면모도 뽐냈다. 박원순 후보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이후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꾸준히 줄여 나갔다. 박 후보는 "시간이 짧아서 아쉽긴 하다"고 했다. '비비케이 저격수'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와의 대립각이 가장 선명한 후보라고 강조하고, 박원순 후보의 재벌 후원금 문제를 비판하며 차별화를 꾀했지만, 시민후보의 돌풍을 넘기에는 힘이 부쳤다. '엄마서울'을 내걸고 '따뜻한 정책'을 강조하기도 했다. 남편과 아들(12)의 이중국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이런 박 후보를 두고 당내에선 차세대 주자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 후보로서 경선 내내 잘 싸웠고, 이번 경선 최대의 흥행 메이커로 활약했다"며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차기 전당대회의 유력 주자로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도 '서민후보'로서 완주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텔레비전 토론 때는 민주노동당 싱크탱크인 새세상연구소장으로서의 관록에, 구수한 입심을 과시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