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4

추진력 강한 아이디어맨 늘 새로운 시민운동 개척

"워낙 성실하시고 일을 너무 열심히 하시는데, 시장이 되시면 서울시 공무원들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웃음)

지난달 29일 열린 야권 단일후보 경선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가 박원순 시민후보에게 건넨 덕담이다. 실제 박 변호사와 함께 일해본 시민단체 간사들은 "겉으로 비치는 편한 외모와 여유로운 말투와 달리 그가 매우 치밀하고 집요하다"며 혀를 내두른다. 아이디어가 많고 기획력이 좋은 점도 박 변호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 시민단체 인사는 "때때로 외국에 머물며 그 나라의 좋은 제도와 시스템을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운동'이라는 개념조차 모호했던 시기에 참여연대를 이끌며 한국의 시민운동을 안착시킬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집요한 추진력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박 후보는 시민운동에 몸담은 이후 자신이 벌인 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이를 떠나 새로운 일을 개척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참여연대를 떠날 때도 구성원들의 강한 반대 때문에 새벽에 홀로 짐을 싸 사라졌고, 2000년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를 만들어서도 무서운 속도로 재단과 가게를 키워놓은 뒤 다시 희망제작소를 만들겠다고 떠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자신이 이끌던 희망제작소 운영에 한때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지만, 결국 그는 이번에도 희망제작소를 떠나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됨으로써 변신에 성공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박 후보는 이른바 '긴급조치 9호 세대'로, 경기고 졸업 뒤 서울대 법대 1학년 재학 때인 1975년 유신 반대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투옥돼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년 동안 검사 생활을 했다. 이후 시민운동에 뛰어들기 전까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면서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보도지침 사건, 부산 미국문화원 점거사건,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등의 변론을 맡았다. 1986년 설립한 역사문제연구소 초대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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