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4

손학규쪽 “박원순 당선, 우리에겐 양날의 칼”

3일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 국민참여경선에서 시민사회 진영 박원순 후보의 승리가 발표된 직후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관계자들은 말없이 대회장을 떠났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그 순간 박원순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더 크고 넓은 정치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냐는 질문엔 "야권 단일후보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각 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가는 것"이라며 "야권 전체의 의견을 모아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의 한 측근은 "우리로 보면 박원순 후보가 입당해서 시장에 당선되는 것이 최선"이라며 "박 후보가 시민후보로 당선되는 것은 우리에겐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후보가 입당을 하면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무엇보다 '혁신과 통합'으로 모인 시민사회 세력들도 껴안을 수 있는 국면이 된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의 입당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민주당의 고민이다. 박원순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과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을 아울러야 하는데, 후자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원순 후보가 시민후보로 완주하게 될 경우 일부에서 '민주당 후보를 내지 못했다'며 손학규 대표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럴 경우 대통합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이 민주당 내에서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총선 국면을 맞아 통합으로 가자는 쪽과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손학규 대표 앞엔 당내와 시민사회 쪽의 이런 갈등 요소들을 조정해 서울시장 선거와 총선·대선까지 이어지는 대통합 국면을 이끌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로서도 민주당이 사분오열되는 상황은 달갑지 않다.

이날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는 박원순 후보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합의했다. 야당·시민사회는 이날 경선장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고,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10개 항의 정책 합의문을 발표했다. 박원순 후보가 시민후보로 가더라도 결국 서울시를 야당·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동정부로 만들고, 공동의 승리로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을 견인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와 그 이후 통합 국면의 구도가 달려 있다"며 "후보단일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융합을 위한) 지금부터의 국면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