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미국 디폴트 사태 빠지면 공무원·군인 급여 끊기고 금리 상승

미국을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뜨리지 말라는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민주·공화당의 '치킨게임'이 파국 직전까지 왔다. 가 30일 기사 제목으로 "미국인들은 워싱턴이 미쳤다고 한다"고까지 한 것은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얼마나 다급하고 절망적인지 웅변해주고 있다.

미국이 경험해본 적 없는 디폴트는 다방면에서 부작용을 수반할 것이 확실하다. 우선 상당 부분을 차입금으로 해결하던 공무원·군인 급여, 사회보장 급여 등이 끊기거나 축소될 수 있다. 정부 사업 중단이야 미국인들에게 직접적 고통을 주지는 않겠지만 월급이 끊긴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미국 채권이 최고 신용도를 뜻하는 트리플 에이(AAA) 등급에서 강등을 당한다면 현재 10년 만기 채권 기준으로 2%대인 국채 수익률은 올라갈 게 뻔하다. 이는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말로, 차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나라 살림은 더 팍팍해진다. 미국 정부는 연간 이자만 2500억달러(약 263조원)를 치르고 있다. 또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주택 담보대출, 자동차 할부, 학자금 대출 등 다른 쪽 금리에도 상승 압박을 주게 된다.

세계 경제에서의 미국의 위상도 도전받게 된다. 신용도 면에서 철옹성 같던 미국 국채의 '신화'가 깨진다는 것은 미국 국채나 달러의 매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국채의 절반가량은 외국이 보유하고 있지만 안전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예전처럼 투자자가 몰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지고 '달러 패권'의 추락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런 크고 작은 문제들을 떠나 경제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신용경색의 재발 가능성이다. 불안해진 경제 주체들이 채권 회수에 열을 올리고 대출을 조이는 현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12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이 지난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한 것도 이런 기억 때문이다.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계 금융시장에도 자연스럽게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채권의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강등하겠다고 경고한 신용평가회사 에스앤피(S&P)는 "일단 '선택적 디폴트' 상황에 빠지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융 시스템을 계속 기능하게 만들더라도 세계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신용경색은 곧 수요 감소와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2차 세계대전 후 140차례나 채무 한도를 늘린 미국 의회가 이번에는 이전투구로 날을 새우는 것에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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