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1

[사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조선일보의 해명

가 어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천안함 관련 발언 보도에 대해 2면에 조그맣게 정정보도를 냈다. 고미 요지 편집위원이 펴낸 책에는 천안함 관련 부분이 없다고 오보를 시인하면서도, 그 대목은 쪽이 김정남 주변의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별도 취재한 내용이라고 했다. 김정남이 그렇게 말한 건 사실이라는 주장은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이런 해명 자체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바로잡습니다' 정도로 대충 넘길 사안이 아니다.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은 와의 통화에서 "김정남의 워딩을 취재할 수 있는 데가 있다"며 "이전에 해놓았던 것들 중에 그게 한 줄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계 상식으로 김정남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별도 취재했다면 엄청난 특종이다. 다른 언론인이 펴낸 책 내용을 인용하는 기사에 한 토막 욱여넣고 말면 특종 기사가 날아간다. 기자 생활을 몇 달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해명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억지 주장이 손톱만큼이라도 근거를 가지려면 김정남의 말을 별도 취재했다는 설명을 믿을 수 있게 최소한의 정황이라도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기사를 날조했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월간조선과 조선일보의 보도를 자세히 읽어보면 날조 혐의는 더 짙어진다. 김정남이 연평도 포격에 대해 쓴 내용이 천안함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교묘하게 둔갑해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북조선은'이라는 말만 '북조선 입장에서는'이라고 바꿔놓았을 뿐 두 문장이 똑같다. 의도를 가지고 그랬다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조선일보나 월간조선이 과거 최장집 교수 사건에서처럼 일부 표현을 꼬투리 잡아 색깔론을 펴는 등 안보 문제를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안보상업주의란 비판을 받아온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의심이 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아무리 부수가 많다고 자랑해도 독자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1등 신문을 자처하려면 좀더 솔직하고 정정당당해지기 바란다. 최소한 어떤 경위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자체 조사를 벌이고 날조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는 것이 국민과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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