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이나 되는 선거인단이 투표했지만 양적 증가에 따른 질적 이변은 없었다. 15일 마무리된 민주통합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대로 한명숙-문성근-박영선 순서로 귀결됐다.
24.5%의 표를 얻은 한명숙 대표는 대의원과 시민·당원 선거인단에서 고르게 20~30%대의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 대표 이외에 20%를 넘긴 경우는 39살 이하 모바일투표에서 각각 21.8%와 20.7%를 기록한 박영선 최고위원과 문성근 최고위원뿐이었다. 이번 선거가 각 단계 모두 1인2표로 실시된 만큼, 대의원·선거인단의 절반가량이 한 대표에게 1표를 던진 셈이다. 한 대표는 모바일투표에서도 2위 후보를 3~8%포인트의 큰 표차로 따돌리며 다른 후보들을 가볍게 앞섰다.
모바일투표의 최대 수혜자, 한 대표의 가장 유력한 '대항마'로까지 평가되던 문성근 최고위원은 모바일투표에서도 2, 3위를 기록했을 뿐, 한 대표의 '대세론'을 꺾지 못했다. 모바일투표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온 흥행의 도구가 되긴 했지만 '이변'을 초래할 결정적 변수가 되지는 못했다. 모바일투표가 여론조사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현실화한 셈이다. 문 최고위원은 기대에 못 미친 모바일투표 성적으로 최종 2위에 그쳤고, 그나마 전체 대의원 득표(4위) 덕에 최종 순위에서 박영선 후보를 가까스로 제쳤다.
경선 막바지에 뛰어들어 '다크호스'로 평가된 박영선 최고위원은 모바일투표에서의 높은 득표율을 바탕으로 최고위원직에 올랐다. 방송인 출신 정치인으로 참신성을 인정받은데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과 후보단일화 경선을 치르며 인지도를 크게 높였고, 당 정책위 의장을 맡으면서 쌓은 정책적 내공이 호평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6위에 그친 대의원 투표 결과에서 보듯, 당내 기반에선 한계를 보였다.
통합 이전에는 가장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다가 통합 및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 추락을 겪은 박지원 최고위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하며 탄탄한 조직력을 뽐내는 한편, 모바일투표에서 4위, 지역 현장투표에서 2위를 기록하며 나름의 선전을 펼쳤다. 박 최고위원은 그동안 호남을 중심으로 한 전통 민주당 표밭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대의원 투표 2위를 기록해 지도부 진입의 발판을 다졌다. 대의원의 1표는 시민·당원 선거인단의 15.7배에 이르기 때문에, 시민·당원 선거인단에서 뒤져도 역전이 가능한 '황금표'로 불렸다. 그러나 모바일투표에서 이 최고위원은 5~6위를 기록하는 등 대중적 기반의 한계도 뚜렷해졌다. 마지막 순위의 김부겸 최고위원은 대의원 선거에서 5위를 하며 턱걸이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대구 출마 선언이 그나마 호응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경선에선 40살 이상 모바일투표 선거인단의 득표율 순위가 최종 득표율 순위와 일치해 눈길을 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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