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7

정동영 ‘전주 불출마’ 전격선언 부산영도 출마 비치자 ‘진정성 논란’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7일 오는 4월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덕진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 상임고문은 이곳 대신 김진숙씨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서 크레인 농성을 벌였던 부산 영도 출마 뜻을 내비쳤지만 당 안팎에서 이를 둘러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정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전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주가 기득권이라면 포기하겠다"며 "1%만 행복하고 99%가 불행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제 모든 것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민주통합당이 출발하면서 (덕진구 불출마) 고민을 시작했다"며 "새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주 덕진은 정 고문이 1996년 정치에 입문해 재선에 성공한 뒤 대선주자로 부상한 곳이다. 2008년 총선에선 지역구를 서울 동작을로 옮겼다가 낙선한 뒤 미국에 머물던 중 2009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를 받아준 곳이기도 하다.

그의 전주 덕진 불출마 결정은 당내 다른 대선주자나 호남 중진들의 취약지 출마 또는 불출마 결단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 홍정욱 의원 등 8명이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고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영남 지역에서 대폭적인 현역 의원 교체가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에선 불출마 선언 의원이 정장선 의원(경기 평택을)과 장세환 의원(전주 완산을) 등 2명에 그친 상태다. 여기에 '올드보이들의 귀환' 움직임까지 일자, 1·15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이 중진들의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 고문과 가까운 이재경 전략기획위원장은 "정 고문의 기본 생각은 몸을 던져 '사지'로 간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의 과감한 공천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 고문이 염두에 둔 새 지역구다. 정 고문은 지난 16일 한명숙 대표에게 "부산 영도 출마 생각도 있지만 지도부 협의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도구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맞서 300일 넘게 고공 크레인 농성을 벌였고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왔던 곳이다. 담대한 진보와 경제 민주화를 깃발로 세우고 최근 2년 동안 각종 노동 집회 현장을 누빈 정 고문으로선 다른 '사지'들에 비해 의지를 보일만하다.

그런데 그런 점 때문에 정 고문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부산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문성근 최고위원 쪽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출마자는 "영도에서 나고 자란 문 이사장도 야권연대를 염두에 두고 다른 지역을 선택했다"며 "정동영 고문이 영도 출마를 결심할 경우 진정성을 인정받기보다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통합진보당에서도 전략 지역으로 설정하고 있는 곳으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지역"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서울 강남이나 대구·경북 등 한나라당 초강세 지역에서 의연하게 싸워달라"고 논평했다.

김보협 기자, 전주/박임근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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