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6

[왜냐면] 안 돼~ 이러다 언제 수사해? / 배창영

최근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으로 검찰과 경찰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넘어서서 검찰과 경찰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얼마 전 의 '비상대책위원회'를 보면서 필자가 크게 공감한 내용이 있었다.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하자 "이것은 우리 관할이 아닌데요? 서부경찰서로 가보세요." 서부경찰서에 가보니 "이건 남부경찰서 관할이에요. 남부경찰서로 가보세요." 남부경찰서로 가니 "이것은 북부 관할이지. 북부로 가봐." 결국 "이러다 언제 수사해. 안 돼!" 외치던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이 코너를 본 필자는 두달 전의 일이 생각났다. 필자의 지인은 얼마 전 학교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 그것을 모른 채 필자와 함께 있던 지인의 휴대전화에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현금 5200원이 결재되었습니다. 16시45분 ㅋ치킨 ○○지점.' 지인과 필자는 깜짝 놀랐다. 우리는 학교 안을 걷고 있었고 ○○지점은 학교와 최소 1시간의 거리 차이가 났다. 필자와 지인은 부리나케 근처 지구대를 찾아가 사고 접수를 했다.

지갑을 잃어버린 것보다 더욱 황당한 일은 그 뒤 경찰관들의 태도였다. 경찰서에서 나온 경찰관은 일단 우리보고 ○○지점으로 가서 그쪽 지구대에 연락을 하라고 했다. 자신들의 관할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 직접 가서 얼굴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1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지점으로 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용의자 얼굴을 확인했고 그쪽 지구대에 연락을 했다. 지구대에서 파견 나온 경찰은 범인의 얼굴을 확인했으니 우리보고 사진을 찍어서 사건이 접수된 지구대에 가져다주라고 했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사건을 접수한 곳이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니 그쪽 담당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이 그곳이 아니니 사는 지역 관할이라는 말도 나왔다. 학교와 ○○지점은 1시간 차이가 나고 그곳에서 거주지까지는 약 두 시간의 거리 차이가 나는데 말이다. 마지막 결정타는 이런 사건은 범인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경찰관들의 설득이었다.

실로 어이가 없는 말들의 연속이었다. 비록 잃어버린 금액은 얼마 없었지만 우리가 직접 범인의 얼굴을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으로 확인했으며 국적이 한국이 분명했고 같은 학교 안에 있을 확률이 높고 카드 승인 문자로 분명한 증거를 찾아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주었으면, 그 이후에는 자신들의 노력으로 범인을 찾아줄 것이라는 우리들의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우리는 그 후에도 화난 마음을 추스르고 용의자 사진을 사건을 접수한 경찰관에게 문자로 보냈으나 수사를 열심히 하겠다는 문자 한통 이후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물론 책임감 있게 수사하고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하는 검찰과 경찰도 많다. 하지만 당연한 의무조차 작은 사건이라고 무시하는 검경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집단속이 먼저이다. 그들이 검찰이든 경찰이든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의무를 이행한 뒤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배창영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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