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3

FTA서한의 진실 이번엔 밝혀지나

김현종(사진)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2007년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 쪽에서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관련 외교서한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이러한 외교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오석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김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3월21일 증인신문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한의 존재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는데 김 전 본부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서한을 언급했고 그 서한의 사본을 재판부에 제출했기에 직접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증인 채택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본부장은 2010년 12월에 펴낸 에서 2007년 6월 미국 행정부로부터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를 약속받는 과정을 생생하게 밝혔다. 전문직 비자란 건축사·엔지니어·회계사 등 전문직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미국 비자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이 비자쿼터를 따로 배정받았다. 2007년 6월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식 서명이 끝난 뒤 김종훈 당시 협상 수석대표도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1만500개)보다 더 많은 숫자를 받아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통상교섭본부는 이후 말을 바꿔 "두 나라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외교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민변이 지난해 5월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내고 재판부가 김현종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 김 전 본부장은 같은 해 8월 "(삼성전자 해외법무팀 사장으로서) 긴급히 해외출장을 떠나 증인으로 출석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대신 양국이 교환한 '한국이 전문직 비자 쿼터를 취득하도록 협조하겠다'는 외교서한의 사본을 서면으로 공개했다.

통상교섭본부는 "외교부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그 누구도 서한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며 외교서한의 존재를 계속 부인했고, 재판부는 결국 김 전 본부장을 3월에 다시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를 퇴임한 상태라 이번에는 증인 출석을 거부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김 전 본부장은 현재 미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국내의 한 대형 로펌으로 옮긴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해당 로펌은 와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