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박 시장은 취임 첫날 새벽부터 민생 현장을 방문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보궐선거로 당선된 그에게는 남은 임기가 2년8개월로 길지 않다. 정교한 시정 운영 계획을 마련하지 않으면 1만6000여명의 직원을 둔 거대조직 서울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 임기가 끝날 수도 있다.
■ 야권 공동정부 가동, 어떻게? 박 시장과 시민사회는 범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지난 3일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등과 채택한 합의문을 통해 서울시를 '시민참여형 민주정부'로 함께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시장 직속의 '서울시정운영협의회'를 구성해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운영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던 터라, 이후 서울시정운영협의회를 꾸려가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와 어떻게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느냐 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시민사회의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와의 협치(거버넌스)도 높은 관심거리다.
박 시장이 야권 공동정부를 조율하는 정치력을 얼마나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문기구를 통한 협치가 시정의 핵심"이라며 "시의회가 의결기구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정운영협의회를 '자문기구'로서 운영할 구상임을 피력한 셈이다. 시정운영협의회와 시의회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소통을 강화해나가면서 협치를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야권 공동정부 운영은 난제로 꼽힌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야권 단일후보가 단체장으로 당선된 경남도나 경기 고양시 등에서 1년 넘게 비슷한 실험을 해오고 있지만, 그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 시민단체 출신 시장과 관료조직의 화학적 결합?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 가운데는 대폭 물갈이 인사를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 시장이 취임 첫날 간부들과 만나 "함께 일할 동지, 파트너가 되자"고 요청하고 팀워크를 강조해, 우려가 누그러진 듯한 분위기도 엿보이지만 부시장 등 간부급 인사에 공무원들의 관심은 크다.
박 시장은 이날 간부들에게 "인사를 빨리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시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사표를 낸 권영규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김영걸 행정2부시장의 후속 인사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출신인 박 시장이 선거 캠프 인사나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얼마나 참모로 기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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