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서울 22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박원순 후보보다 나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용산구의 선택'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들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도 용산구에서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야당 후보보다 높았던 사실을 거론하며 "이제 강남3구에 용산까지 합쳐 강남4구라 불러야 하냐"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27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10·26 재·보궐선거 최종 득표 결과를 보면, 용산구에서는 나 후보가 51.8%의 득표율로 47.8%를 얻은 박 후보를 4%포인트 앞섰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한남동·동부이촌동을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하다"며 "강남3구 못지않은 부촌이니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남동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상당수 살고 있고, 동부이촌동에도 연예인과 부유층이 다수 거주한다.
용산구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지역이라 땅값이 급등하고 있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심리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용산구 후암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택시기사 선아무개(50)씨는 "해방촌으로 불리던 서민지구, 옛날 용산을 생각하면 안 된다"며 "후암동 등도 재개발 이후 잘 사는 사람이 들어와 70% 이상 물갈이가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자인 이아무개(48)씨는 "용산구는 80%가 재개발·재건축 지역이라 한나라당의 부동산·개발 정책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곳"이라며 "박 후보가 당선되면 집값·땅값부터 잡을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니, 당연히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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