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2

[싱크탱크 시각] 이명박·문재인·안철수가 공감한 이야기 / 이원재

최근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기획한 인물들과, 야권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가까이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에서 국정을 기획하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유력한 차기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그리고 시민사회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현실정치에서 권력을 놓고 경쟁하며 대립하는 처지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문제를 진단하는 대화를 나눌 때만큼은 솔직하고 진지했다.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공통점도 꽤 있었다. 특히 문제를 진단하는 대목에서는 공통점이 두드러졌다. 새누리당 비대위에서 논의된 내용과도 비슷하다. 이들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라면 한국 사회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이 대체로 공감한 다섯가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한국 사회는 지금 분노에 가득 차 있고,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이 분노가 언제 파괴적인 방향으로 터질지 모른다. 둘째, 분노의 뿌리에는 심각해진 불공정과 격차가 있다. 셋째,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핵심에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그리고 대형마트와 공급업체 사이의 불공정 거래는 무엇보다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넷째, 빵집과 슈퍼마켓 같은 지역 생활경제 영역까지 대기업이 진출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는 주목할 만한 실험이며 계속 살려가야 한다.

문재인 이사장은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어려운 처지로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공공기관이 최저가 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하니, 발주 공기업은 여유롭고, 용역업주는 그래도 돈을 벌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생존조차 어렵다. 안철수 원장은 대기업으로부터 열악한 조건으로 재하청을 받아야 하는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의 고민을 맞닥뜨리면서 불공정 거래의 해악을 몸소 느꼈다. 임태희 실장은 그런 재하청 구조는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 불공정 행위가 제품의 질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공정한 사회' 슬로건까지 생각이 발전했다. 곽승준 위원장은 재벌체제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출발해 국민연금이 투자 대기업에 이사를 파견해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가 닿았다. 박원순 시장은 비영리 조직이 어떻게 사회를 혁신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끝에, '사회적 경제'가 미래 경제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생각의 출발점은 모두 달랐지만, 가닿은 결론은 비슷해진 것이다.

2012년은 선거의 해다. 정당과 후보들은 한국 사회에 대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소리 높여 외칠 것이다. 화려한 장밋빛 비전이 넘실대는 한편, 험악한 인신공격 및 고성이 난무할 것이다. 목청 높인 정치구호에 묻혀, 실제 국가 정책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합의 형성 과정은 오히려 찾기 어려워질까 두렵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모두 합의하는 '최소한'을 찾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앞서 정리한 다섯가지를 국민적 합의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경쟁하면 된다. 하지만 무엇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공동의 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중용'은 어중간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정확한 자리를 찾는 것이라고 한다. 이 공통분모로부터 중용의 자리를 찾아,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이 문제들만큼은 반드시 해결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트위터 @wonjae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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