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1

좌규항 우준만, 누구든 덤벼!

[표지 이야기] 2002년 강준만, 2011년 김규항과 논쟁으로 살펴본 진중권의 언어, 신랄한 풍자인가 못된 공격인가

스타일이 곧 내용이다. 이 문장은 진중권의 글쓰기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풍자'는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함'(국립국어원)으로 정의된다. 한자 '자'(刺)는 '찌르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칼 든 무사인 논객은 베어야 할 대상 앞에서 후회하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풍자의 본질이다. 1998년 '논객' 진중권을 세상에 알린 책 제목은 (개마고원)였다. 조갑제씨의 박정희 전 대통령 전기 (조선일보사) 제목을 풍자했다. 그의 칼이 극우파와 보수정당을 향할 때 독자들은 열광했다.

강준만 "공격과 비방을 자제하라"

칼끝이 진보 진영의 논객을 향할 때, 종종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진중권씨는 강준만 교수와 함께 안티조선운동에 동참했다. 2000년엔 김규항 발행인과 사회비평지 를 함께 만들었다. 진씨는 한때 동지이던 두 사람과의 논쟁에서도 풍자의 글쓰기를 구사했다. 2002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준만 교수는 민주당을, 진중권씨는 민주노동당 후보인 이문옥 전 감사관을 지지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 뽑힌 상태였다. 진씨는 강 교수를 염두에 두고 이렇게 주장했다. "지방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이 아니다. 서울시장은 노무현이나 이회창을 위해 뽑는 게 아니라 1천 만 서울시민을 위해 뽑는 것이다. 이게 시민적 상식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언론 개혁 운동을 해온 몇몇 지식인들의 태도다.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므로, 지방선거를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기는 태도를 나무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유치한 '국민 사기극'에 놀아나야 할까?"( 2002년 5월24일치) 강준만 교수의 책 의 제목을 비꼰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월간지 23호에서 진씨의 입장뿐 아니라 글쓰기 태도도 문제 삼았다. "궤변가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자신의 방어에 주력하는 소극적 궤변가와 상대편의 약을 올리는 데에서 쾌감을 느끼는 적극적 궤변가 또는 가학적 궤변가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진중권은 후자의 경우다." 진씨가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하며 진씨에게 "도덕적 공격과 비방을 자제하라"고 반박했다. "(진씨가) 분열과 증오의 수사학을 구사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변한 진중권의 김규항 코드 풍자


김규항 발행인과의 논쟁에서도 진중권식 풍자의 날은 시퍼렛다. 열렬한 진보정당 당원이던 진씨는 2010년 진보신당을 탈당했다. 진보정당과 민주당의 선거 연합을 옹호했다. 진보정당 지지자인 김규항 발행인은 "오연호·조국 같은 중산층 엘리트들에게 이명박인가 노무현인가는 학술, 문화, 방송, NGO 등의 헤게모니를 '우리가 갖는가 저들이 갖는가'가 달린 절체절명의 일이다"( 2011년 2월10일치)라고 주장했다. 진씨가 반박했다. "'좌파' 딱지를 허락받고 써야 한다면 차라리 반납하자. 좌파증은 좌파등급심사위원회로 보내면 되나? 그러니 이제 상표권 걱정은 마시되, 그저 우리를 C급에 들게 하지 마시고, 다만 자신을 A급으로 구하소서. 그래야 고래와 권세와 영광이 아저씨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소망교회에서 집사 10년이면 장로 한다. B급 좌파 10년, 이제 영전하실 때도 됐다."( 2011년 3월1일치). 김규항씨가 신학대를 나온 사실, 라는 김 발행인의 저서 제목을 풍자한 어법이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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