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을 듣고 곧바로 대표 상품이나 서비스가 떠오른다면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 유명해서 되레 골칫거리인 경우도 있다.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해당기업의 '겉'과 '속'이 너무 다른 탓이다.
재봉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라더'가 대표적 사례다. 브라더 그룹이 프린터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프린팅 솔루션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브라더는 1934년 재봉틀 전문기업으로 시작했으나, 1961년 휴대용 타자기와 1971년 도트프린터 개발을 시작으로 팩시밀리·프린터·복합기·라벨 프린터 등을 선보여 온 글로벌 프린터·복합기 전문 기업이다. 브라더 그룹을 먹여살리는 효자 사업도 단연 프린터다. 지난해 기준으로 프린터 분야 매출 비중은 그룹 전체 매출(6조7000억원)의 67.7%에 이른다.
지난해 9월 한국지사가 설립돼 소호를 겨냥한 컬러 레이저 프린터 등을 내놨는데, 정작 인기를 끈 것은 주부들이 환호한 '라벨 프린터'였다. 브라더 인터내셔널 코리아 관계자는 "사무실 문서 정리용인데도, 주부 커뮤니티에서 살림살이 정리용으로 입소문을 탔다"며 "재봉틀을 비롯해 '가정용' 이미지로 고착될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카메라로 유명한 올림푸스도 '엉뚱한 곳'에서 돈을 버는 회사다. 지난 2007년 외과장비회사를 인수한 뒤 각종 수술기구와 소모품을 통합한 의료기기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올림푸스의 내시경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나 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종합병원·대학병원 내시경 시장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어서, 지난 9월엔 내시경 공급 여부에 따라 수술이 중단될 뻔한 해프닝이 생겼을 정도다. 올림푸스한국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의료 광고를 제작해, 기업(B2B)이 아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내시경 1위 기업 이미지를 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자동차 기업으로 유명한 영국의 롤스로이스의 경우, 현재 자동차 사업을 사실상 접고 항공기 엔진이라는 특수 분야 사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공장은 폴크스바겐이, 이름의 상표권은 베엠베(BMW)가 인수한 상태다. 한때 대우전자가 인수하려 했던 프랑스의 전자회사 톰슨도 2000년 이름을 톰슨시에프에스(CFS)그룹에서 탈레스로 바꾸고, 가전제품을 벗어나 군수·항공 전자장비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방위산업체로 거듭났다. 현재 매출의 60% 이상이 방위산업에서 나온다.
전혀 다른 사업에 눈을 돌려 파격적인 변신에 나서는 경우도 늘고 있다.'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은 100% 출자 법인 '이리온'을 통해 지난 2월 서울 청담동 옛 엠넷 빌딩에 700여평 규모에 동물병원, 애견호텔, 애견카페, 애견 교육·미용·용품 숍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반려동물 전문 복합문화센터를 열어 화제가 됐다. 이동통신회사인 케이티는 커피도 판다. 공중전화 유지관리 및 보수를 맡아하는 자회사 케이티링커스의 경영난 타개책으로 지난해부터 이탈리아 프리미엄 원두커피 '라바짜'와 손잡고 국내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올레 티브이를 신청하면 캡슐 머신을 할인판매하는 등 다양한 활로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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