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5

"박원순 역공 주말부터 먹혔다 나경원 네거티브는 부메랑으로" : 오마이뉴스

"박원순 역공 주말부터 먹혔다 나경원 네거티브는 부메랑으로"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 Nov 30th -0001

"박원순 후보는 비정치인 무소속 후보다. 그의 당선을 위해 야5당이 함께 결합한 건, 그만큼 기존 정당들이 유권자가 원하는 정치혁신 요구에 응답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정당들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박원순-안철수 현상으로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층이 꽤 넓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점을 과거보다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일 마지막 날인 25일 아침,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서울 시청앞 잔디광장에 서 있었다. 전날과 다르게 기온이 뚝 떨어진 탓에 공기는 찼고, 그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렸다.

짙은 회색 외투에 '박원순' 선거용 연두색 스카프를 목에 맨 유 대표는 한동안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그리곤 커피 한잔 하면서 얘기를 나누자며 먼저 성큼성큼 걸었다. 잔디광장에서 무교동로터리로 향하던 그는 선거상황을 물었다. 대충 비슷한 감이라 판단했는지, 그는 '1억 스킨케어'가 세긴 셌다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선거대책본부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아 이 선거를 함께 뛰었다. 유세장에서는 '나경원 사용설명서', '박원순 사용설명서'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선거기간 중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된 인터뷰는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이날, <오마이뉴스>와 하는 인터뷰가 첫 번째 인터뷰라고 밝혔다.

유시민 참여당 대표가 본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직접 유세현장을 함께 뛴 유 대표는 "선거운동 초반 시민반응은 맹맹했고 한나라당 네거티브 검증공세로 주춤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주말부터 역공이 먹혔다"고 판세를 분석했다. 이어 "나경원 후보의 네거티브가 결국 부메랑이 됐다"며 "직접 다녀보면 지난 주말 쯤부터 분위기가 잡혔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무소속 시민운동가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그 자체가 주는 충격이 엄청나게 클 것"이라며 "정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민심이 선거 결과로 확인되는 것이지만 정당의 변화가 쉽게 일어난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박원순-안철수 현상을 통해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층이 꽤 넓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정치권은 이 점을 과거보다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방 변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찍었다.

무지개연합군으로서 야5당이 총력을 결집해 '무소속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대한민국 정치사상 처음 있는 이 선거운동을 유 대표는 어떻게 평가할까. 다음은 유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25일로 마감됐다. 선거운동을 평가한다면.

"제가 공동선대위원장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이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른다. 후보일정에 결합하고, 유세를 함께 하고, 그런 것이지 전체적으로 이번 선거가 어땠다, 이렇게 평가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연합군 캠프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이 해야 할 일 같다. 다만, 주시는 역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 국민참여당도 당력을 총집결시켰던 것 같다.

"물론이다. 지역마다 지하철 역사를 지키며 출퇴근 인사를 하며 서울시당의 당력을 총집결했다. 또, 각 지역사무소들이 결합했다. 선거캠프에는 시민참여본부, 유세본부, 홍보미디어 분야에 각각 인력을 파견해 선거를 도왔다. 우린 전략기능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손발이 되어 뛰었다. 그런 건 상주하며 선거를 치른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나 시민운동가 하승창씨가 잘 알 것이다."

"선거초반엔 맹맹...지난주말 역공 이후 분위기 잡혔다"

- 무지개연합군을 직접 뛰어본 소감은 어떤가.

"골목유세, 길거리 유세, 또 개인적으로 밥 먹으러 가거나 차 마시러 다니면서 느낀 시민반응은 선거운동 개시 첫주엔 좀 맹맹했다. 박원순이 누구인지 잘 모르기도 했다. 학력시비에 걸렸을 때는 그가 서울대 1학년 때 데모하다 구속됐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으니까 사람들이 더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후보와 시민 간 접촉공간이 좁았고, 접촉한 시간이 많지 않아서 시민들이 네거티브가 쏟아지는 걸 평가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없었다.

알려진 후보가 아니니까 시민들이 더 판단을 잘 못했던 것 같다. 다만, 시민들은 안철수 교수가 단일화 해줘서 뭐 괜찮은가보다 했는데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검증공세가 막 쏟아지니까 이걸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주춤했고, 좀 알아봐야겠는데?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주 들어 이쪽에서 역공을 펴고, 나경원 후보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시작되면서 아버지 사학재단에 실은 본인이 11년째 이사였다는 점, 주유비 문제, 미용실, 1억 스킨케어 등등이 터지면서 네거티브가 부메랑이 되고, 또 선거캠프에서 박 후보에 대해 많이 알리려고 하면서 분위기가 잡힌 것 같다. 직접 다녀보면 지난 주말 쯤에는 분위기가 잡혔다."

- 2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편지를 들고 나타났다. 어떻게 봤나.

"다 좋다. 선거 때 우리 편을 도우러 오신 분인데 당연히 너무 좋다. 또 로자 파크스 얘기는 아무리 철벽처럼 보이는 제도나 관행, 차별의 문화 등이 있어도 결국 사람들이 뜻을 표출하고, 마음을 모으고, 참여하고 행동하다보면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것도 변한다는 것이다. 그런 뜻으로 알아들었고, 투표하자, 이런 결론이라고 생각했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분이 박 후보를 응원하러 방문하셨으니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감사하고 또 기쁜 일이다."

- 경청투어, 타운홀미팅, 화물경차를 개조한 작은 선거운동 등 새롭게 시도된 선거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나.

"의미 있는 시도로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전은 정책대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권력투쟁의 속성도 있다. 과거에는 과도하게 권력투쟁적 속성이 지배적으로 보였는데 이번에는 어느 정도 정책선거를 돋보이게 하자는 취지로 했던 것 같다. 과거 선거에 비하면 그런 비중이 많이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선거는 권력투쟁적 속성이 있다. 다만 박 후보가 시민운동가이고 또 많은 정책아이디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정책이 많이 두드러진 면은 있다고 평가한다."

- 26일 투표 이후 박원순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면, 우리 국민이 박원순 당선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원순 당선의 의미는 무엇일까.

"본선에서 박원순 후보가 정말 한나라당 후보를 이긴다면, 또 무소속 시민운동가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그것은 그 자체가 주는 충격이 엄청나게 클 것이다. 그 자체가 의미하는 변화가 더 크다고 본다. 본선에서 여당후보까지 이긴다면, 그런 게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정치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민심이 선거 결과로 확인되는 것이다. 그럼, 그 변화가 필요하다는 민심이 확인됐다고 금세 변화가 일어날까, 속단하기 어렵다. 간혹 금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연결하는 분이 계신데, 비현실적이다."

야5당 힘 모아 '무소속 비정치인' 당선 위해 뛴 첫번째 선거

- 한국 정치에서 5개의 야당이 모두 힘을 모아 무소속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전례가 있나.

"김두관 지사가 있었지만 그는 정치인이었다. 그런데 박 후보는 비정치인 무소속 후보다. 그만큼 기존의 정당들이 유권자가 원하는 혁신, 정치의 혁신, 이런 요구에 응답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정당들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박원순-안철수 현상. 이것으로 우리는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층이 꽤 넓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보다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다. 다만, 금방 변할 것이냐,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이 금세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얘기인가.

"모든 정당이 변해야 한다. 6·2 경기지사선거, 7·28 은평을 재보선, 4·27 김해을 재보선을 분석해보면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20~30%는 늘 민주당이 아닌 다른 후보를 찍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 얘기는 결국 민주당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민주당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 진보정당들이 지지를 못받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마찬가지로 작은 당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큰 당은 큰 당대로, 작은 당은 작은 당대로, 무엇이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를 지지하지 않게 하는 것인가 성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바꾼다는 것은 힘들고 위험한 일이니까.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진보정당은 진보정당대로 변화가 두려운 것이다. 변화는 늘 불확실한 미래 속으로 가는 건대, 그 미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 확실한 뭔가를 가진 사람들은 변화를 안 하려고 한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그것이 곧장 정당의 변화, 정당 기능의 변화로 연결될 것이냐, 그런 보장은 없다."

- 안철수와 박원순 현상으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물결은 더욱 거세질 것 같다. 통합과 연대에 어떤 변화가 있겠나.

"통합할 수 있는 당은 통합하고, 통합은 도저히 못하는 당은 연합해서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하자, 이건 우리 당이 창당할 때부터의 노선이다. 그 외에 다른 길은 없다. 마음이 맞아 통합할 수 있는 곳은 통합하고, 그렇지 못하는 데는 연대해야 한다. 한 쪽에서는 통합 없이 연대만 하자, 또 한쪽은 연대는 안 되니까 통합을 하자, 지금 뒤죽박죽이다. 그래서 나는 통합이고 연대고 모두 다 잘 안 될 수 있다고 본다."

-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직무는 잘 수행할 것으로 판단하나.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설사 잘 못하는 게 있거나 정책 중 한둘이 내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금방 돌 던지고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선거 때 도왔던 사람들은 그의 선택도 존중해야 한다. 배신이니 어쩌니 딱지 붙여 배척하는 식으로 가면 그도 오래 못 간다.

사회적 선을 실현했던 원래의 박원순이 그 박원순인 한, 그가 하는 일이 달라지고 일하는 방법이 달라질 지라도, 본질적으로 원래 그 박원순인 한, 선거를 함께 한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박원순이 돌 맞을 때 같이 맞아주자.

내가 니를 당선시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니가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제발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 있나? 때로는 판단착오 할 때도 때로는 게을러지기도 하는 거다. 그럴 때마다 돌 던지고 그러지 말자.

서울시장도 알고 보면 외로운 자리다. 그 누구도 시장이 해야 할 판단을 대신해주지 못한다. 토라져 욕하지 말자. 나는 박 후보가 시장이 된 뒤로 (노무현 대통령처럼) 또 그런 일을 당할까봐, 그게 제일 무섭고, 겁난다. 꼭 당선시켜 잘 지켜주고 싶다."

Original Page: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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