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7

[성한용 칼럼]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

김한정씨는 1963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서울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공보비서로 들어갔다. 그리고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냈다. 성격은 정의감이 강한 다혈질이다. 그가 가천대(경원대) 교수직을 포기하고 서울 양천을에 도전장을 냈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합쳐지면 그 정당에 입당할 생각이다.

양천을은 과거 김영배 국회부의장이 국회의원을 지낸 곳이다. 야당세가 강하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이 하고 있다. 2008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김낙순 전 의원을 2400표 차이로 꺾었다. 김한정씨가 국회의원이 되려면 우선 당내에서 김낙순 전 의원의 벽을 넘어야 한다.

김한정씨 이외에도 많은 정치 신인들이 내년 4·11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이 한결같이 호소하는 애로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도대체 합법적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역 정치인들이 신인들의 도전을 막기 위해 선거법을 까다롭게 만든 탓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실무자들도 현행 선거법은 정치 신인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은 국회의원 후보를 국민경선으로 선출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한나라당도 의원들 대다수가 국민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경선은 명분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기존 정치인들에게 유리하다. 정치 신인들은 전·현직 국회의원과 불공정 게임을 벌여야 한다.

민주당의 서울 지역위원장 명단을 살펴보면 전직 의원들이 많다. 2004년 선거에서 탄핵 바람을 타고 대거 당선됐다가, 2008년에는 반대로 대거 낙선했기 때문이다.

최재천(성동갑), 임종석(성동을), 민병두(동대문을), 이상수(중랑갑), 김덕규(중랑을), 유승희(성북갑), 신계륜(성북을), 오영식(강북갑), 김근태(도봉갑), 유인태(도봉을), 정봉주(노원갑), 우원식(노원을), 우상호(서대문갑), 노웅래(마포갑), 정청래(마포을), 김낙순(양천을), 신기남(강서갑), 이인영(구로갑), 이목희(금천), 김영주(영등포갑), 이경숙(영등포을), 유기홍(관악갑), 장복심(송파을), 심재권(강동을) 등이다. 48개 지역구에서 24명이니 딱 절반이다. 서울의 민주당 현직 의원은 8명이다. 여기에 정세균 최고위원이 종로 출마를 선언했고, 천정배·김효석 의원도 서울 지역 출마가 예상된다.

이 사람들 중에는 반드시 국회에 들어가야 하는 괜찮은 정치인들이 많다. 국회에는 다선 의원이 필요하다. 정당에는 노장청 조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좀 비켜줘야 할 사람들도 많다. 현역 시절 의정활동이 시원치 않았던 사람, 빛바랜 과거의 훈장 이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그 자리를 새 인물로 채워야 통합야당의 미래가 열리고 대한민국 정치도 발전한다. 당사자들은 억울하겠지만 때가 되면 물러나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최근 한나라당은 디도스 파문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당 해산 주장까지 나온다. 불출마 선언이나 탈당을 검토하는 의원들도 있다. 변화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사람들은 태평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친다. 민주당뿐만 아니다. '혁신과 통합', 통합진보당의 유력 정치인들도 야권 단일후보만 되면 당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빠져 있다.

정말 그럴까?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까? 선거는 구도와 인물에 의해 승패가 갈린다. 구도가 아무리 좋아도 인물이 시원치 않으면 떨어지는 게 선거다. 여당과의 인물 쇄신 경쟁에서 크게 뒤진다면, 내년 선거에서 야권이 역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

진보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진보정당은 아니지만 진보를 자처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보수를 자처하는 한나라당이 비명을 지르며 살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진보를 자처하는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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