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4

[지지대] 봉변당하면 부쩍 크는 유시민

[지지대] 봉변당하면 부쩍 크는 유시민
2012년 05월 15일 (화)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2004년 3월 12일 오전 11시 4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연합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선다. 11시 5분, 박관용 의장이 경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단상을 점거한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잠시 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에 올라섰고 국회경비들이 진입했다. 한명숙 의원이 들려나가고, 임채정 의원이 끌려나가고…. 11시 22분 대통령 탄핵안은 가결됐다. 국회 로비에 내동댕이 처진 유시민 의원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허리띠는 끊어졌고 속옷이 삐져나와 있었다. ▶시

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유시민의 입이 불을 뿜었다. "욕 들어가면서 4년 국회의원 하고 두 달 남은 의원들이 4년 남은 대통령을 쫓아낸다는 건 총 칼 없는 쿠데타입니다. 이재오 의원께서는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진다. 탄핵안 반드시 가결시켜야 한다'고 하셨고, 최병렬 대표께서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국민의 뜻을 모아 대통령 선거를 할지 개헌을 할지가 결정 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권력찬탈 음모입니다.". 유시민의 독설은 탄핵 역풍의 논리가 됐고 그의 큰 정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8년이 흐른 2012년 5월 12일 오후 9시 41분 킨텍스 회의장. 통합진보당 심상정 대표가 "강령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선언했다. 그 순간 100여 명이 단상으로 난입했다. 당권파 당원과 대학생들이었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머리채를 잡힌 채 얻어맞고 옷이 찢어졌다. 심 대표는 구둣발에 짓밟혔고, 이를 말리던 유 대표도 여러 차례 얻어맞고 안경까지 날아갔다. 9시 45분, 현장을 빠져나가는 유 대표의 모습은 8년 전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이틀 뒤인 14일. 역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유시민의 입이 다시 불을 뿜었다. "(당권파들이) 매우 잘 준비하고 현장에서 아주 조직적으로 지휘해서 폭력사태를 일으켰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석기 당선자는 국회에 보내야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 당의 모든 의사결정기관의 의사결정을 다 막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당원들의 주장처럼)악착같이 이 당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생각입니다". 8년 만에 다시 보는 데자뷰다. 봉변당할 때마다 불을 뿜는 유시민의 입. 그 입이 또다시 폭력 정국 뒤의 주도권을 틀어쥐는 쪽으로 가는 듯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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