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가 화제다. 의 작가 김영현과 박상연이 다시 뭉쳤다는 이유만으로도 드라마 애호가들의 입을 달싹거리게 했다. 장태유 피디의 연출력도 미더웠다. 24부작의 반환점을 돈 지금, 벌써부터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칭찬도 나온다.
'이제, 이방원이 없는 천하다.'
젊은 아들 이도는 아버지 이방원의 죽음 앞에서 흐느적거리는 걸음새로 그렇게 읊조린다. 이방원 없는 천하. 이제는 꿈꿀 수 있다. 아버지를 넘어서려는 젊은 세종의 야심. 그 꿈을 요약하는 말이 '뿌리 깊은 나무'일 것이다.
는 조선 4대 임금 세종의 한글 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엿본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박제화된 성군 세종의 이미지를 '우라질'과 '제기랄'을 입에 달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욕쟁이 임금의 면모로 '인간화'시켰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종(송중기-한석규)을 축으로 세종을 아비의 원수로 알고 암살을 도모하는 천민 출신 관원 강채윤(장혁), 세종의 한글 자모 창안을 돕는 '천재 궁녀' 소이(신세경), 삼봉 정도전의 조카요 왕권 견제 신권세력인 밀본파의 지도자인 정기준(윤제문)까지, 주요 배우들의 흠잡기 어려운 연기력 덕분만도 아니다. 이 드라마 '이야기 얼개'의 매력을 두 작가의 종전 작품들과 견줘가며 가늠해 보자.
■ '멘토-멘티' 성장의 방정식 김영현의 드라마엔 반드시 나오는 것. 고품질과 시청률, 두 토끼를 잡을 줄 아는 이 작가의 에도 있고, 박상연이 함께한 과 에도 있는 것은 바로 멘토(조언자, 스승)다. 주인공(멘티)을 자극하여 그를 성장하게 하는 멘토 캐릭터들은 '멘토의 시대'라는 요즘 트렌드에 잘 부합한다.
의 장금이(이영애)에겐 인생과 요리의 스승 한 상궁(양미경)이 있었으며, 의 선덕(이요원)에겐 미실(고현정)이, 의 세종에겐 아버지 태종과 밀본 두목 정기준이 그 소임을 한다. 시청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는 뭐니 뭐니 해도 한 인물의 성장담, 영웅적인 성공담이다. 과 은 그 완결판이었기에 40%에 이르는 시청률을 올렸다. 1세대 멘토 한 상궁이 스승형 멘토였다면, 2세대 미실은 선덕의 스승이자 선덕을 가로막는 악역까지 겸했다. 선덕은 적과 싸우면서 배우고 적을 넘어선다.
에선 '아버지 극복'으로까지 진화했다. 유년기 세종을 압도했던 또 한명의 멘토, '왕권은 견제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밀본파 지도자 정기준을 성인 세종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후반전을 남긴 이 드라마의 관전포인트다.
■ '지식사극' 게임이야, 드라마야? 는 세종이 한글 반포에 '성공'하기까지 6개월쯤의 시간을 포착했다. 집현전 학사들이 연달아 죽어나가는 가운데 무협활극을 버무리며, 그 연쇄살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오리무중이던 각 인물의 비밀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시청자는 물론 각각의 등장인물로 하여금 그 비밀의 퍼즐을 함께 풀도록 강요하는 고밀도 추리 사극이라 할 수 있다.
살인사건의 원인이 세종의 어떤 '은밀한 일', 곧 한글 창안에 있음을 알고 나면, 그 일을 막으려는 자들은 누구인가, 조정 대신 중에 밀본파는 누구인가라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여기에 우리말을 적을 글자가 없던 때에 자음과 모음을 상상한다는 것의 놀라움, 한글의 원리와 살인사건의 지식 퍼즐을 뒤섞은 반전이 곳곳에 탑재됐다.
나무가 나라라면, 뿌리는 무엇인가. 왕권 강화 명분은 같았지만 무력을 그 '뿌리'로 삼았던 태종과 그에 반발하는 세종의 대결. 백성을 뿌리로 보고 말과 설득의 정치를 표방하면서도 왕권 견제기구 의정부를 약화시키고 친위기구 집현전을 양성했던 세종과 그에 맞서는 신권론의 밀본세력. 다시, '양반놈'들은 다 똑같다며 세종의 백성 뿌리론을 일축하는 천민 출신 강채윤이 맞선다. 이것이 정도전-세종-태종, 다시 밀본파-세종-강채윤의 물고 물리는 삼각 긴장구도를 형성한다.
에서 선덕이 미실 세력이 제기한 과제를 하나씩 풀고 자기 입지를 업그레이드해갔듯이, 에선 주인공들이 하나씩 상대 인물들의 비밀을 풀며 점점 사건의 실체에 근접한다. 이 방식은 10~20대가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의 기본 포맷을 닮았다. 는 10~20대 시청자 비중이 19%에 이른다. 여느 사극보다 높다.
장 피디는 "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밀본파의 철학은 독재적 임금을 상상할 때 설득력 있다"며 "앞으로 세종의 한글 반포를 막으려는 밀본파의 본격 반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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