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4

[세상 읽기] 핵 억제의 역설 / 김연철

억제(deterrence)는 '겁먹게 하다'라는 라틴어 'terrere'에서 유래한 말이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억제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핵 억제력은 보복능력으로 상대의 핵공격을 자제케 하는 것이다. 억제는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적이다. 내가 핵무기로 공격하면 상대도 핵무기로 보복공격을 한다. 결과는 무엇일까? 너 죽고 나 죽자로 번역할 수 있는 상호 확증 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다. 약자로 MAD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미친 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무기는 쓸 수 없는 무기다.

북한은 핵무기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억제 말고는 없다. 핵무기가 체제의 생존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왜 핵을 스스로 포기했을까? 민주화와 더불어 국제사회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생각대로 핵무기가 있으면 재래식 군비를 줄일 수 있을까? 막대한 국방비를 경제건설로 돌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냉전시대 핵무기가 분쟁을 막진 못했다. 한반도에선 여전히 재래식 위협 구조가 존재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를 보더라도 양국의 핵무기 보유 이후 국방예산은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도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 해답일까? 정치권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핵무장을 하고, 1990년대 초에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할까? 현실 가능성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핵을 가진 북한을 다룰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한 신중함이다.

이미 한반도는 재래식 군비만으로도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확장 억제력, 즉 핵우산이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확장 억제력의 보장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핵우산은 위협국가에 대한 억제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동맹국의 핵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다. 잠수함이나 한반도 인근지역의 장거리 폭격기로 충분히 보복할 수 있는데, 이미 미국에서도 폐기 대상으로 지정한 지상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는 없다.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핵무기가 전면전의 발발을 억제할 것이라는 핵 억제 이론은 결과론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핵 보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기와 긴장의 과정이다. 상대에 관한 인식의 변화는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파기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서로 핵을 동원해 겁주기 게임을 지속해야 할까? 겁먹게 해서 핵무기를 포기한 경우는 없다. 억제는 상대의 억제를 위한 명분으로 작용할 뿐이다. 냉전 이후 분쟁은 핵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재래식 군비와 적대적 관계다. 평화도 마찬가지다. 상호 억제라는 공포의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 보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재래식 위협이다. 일반적으로 국력이 약한 국가가 핵을 가질 경우 상대가 전면적인 군사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도발적 행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1998년 인도·파키스탄의 핵 보유 이후 오히려 카슈미르 분쟁이 악화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여전히 전통적인 안보 현안들을 관리하고 재래식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자기 파괴적인 핵전략에만 매달려 평화관리의 의무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도발과 억제의 악순환을 지속해야 하는가? 변화된 상황에 어울리는 새로운 전략의 핵심은 바로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억제를 넘어서는 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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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4

길 잃은 민주당…새판짜기냐 독자쇄신이냐 ‘백가쟁명’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진로를 두고 당 안팎에서 백가쟁명의 논쟁이 일고 있다. 당의 구조와 연합정치 노선, 정책 등 여러 층위로 논쟁이 진행될 조짐이다.

문재인 대표대행은 대선 국면에서 세운 '국민연대'를 통해 민주당을 '국민정당'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를 재검토중이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국민연대를 통한 국민정당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했지만 이번 기회에 진영 전체의 미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새로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경환 교수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접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지금 민주당 구조로는 문재인 후보가 받았던 지지율을 온전히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틀을 구성해 지지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대를 통한 국민정당 건설에는 몇 가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이 이끄는 진보정의당의 합류 문제와 안철수 세력의 결합 문제가 대표적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중도세력에 대한 견인을 오로지 안철수 전 후보에게 맡기고 중도파에 대한 정책이나 카드를 내놓지 않았다는 게 주요한 패인 중 하나였다. 진보정의당의 합류는 진보당을 위해서도, 민주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21일 의총에 앞서 열린 중진의원 조찬에선 안철수 세력과의 결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고 한다. 서울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선을 긋고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서울 지역의 다른 3선 의원은 '안철수 세력을 끌어안아야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특히 비주류 쪽에선 '국민연대가 주류의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려는 토대 아니냐'고 의심해 왔다. 비주류 쪽 한 중진 의원은 "당내 주류들은 '이-박 담합'으로 총선 패배의 책임론을 정면돌파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국민연대로 대선 패배 책임론을 돌파하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민연대를 통한 국민정당론을 재검토하는 것은 이런 면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현재는 당의 구조를 바꾸는 문제보다 당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대선 패배의 원인과 이유를 분석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도 "지금은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할 때지, 사람을 더 늘릴 때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그간 하드웨어를 확장하는 데만 몰두하다 정작 정책 마련과 대안 제시라는 소프트웨어는 경시해 왔다. 지금은 소프트웨어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의견을 냈다.

당내의 공개적인 의견 개진도 이어지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22일 저녁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회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하면 된다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고문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국민의 눈높이에 우리를 맞추겠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자신들의 눈높이에 국민을 끼워 맞추려 했다. 국민은 맹목적인 정권교체, 야권 단일화를 원한 게 아니었다"고 지적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진보 쪽의 정책통으로 통하는 민주당 최병천 보좌관(민병두 의원실)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야권연대-단일화 노선'을 실패로 규정하고 독자 집권이 가능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 보좌관은 "문재인 캠프가 출마 선언 직후부터 과도하게 '야권 단일화' 의제에 매달리면서" 자신들의 가치, 노선과 비전을 알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최 보좌관은 "군부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선명 야당'의 노선을 버리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대안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반값등록금이나 무상급식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명림 교수와 최태욱 교수는 대담(21일치 1·4·5면)에서 민주당의 단독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뒤, 안철수 세력을 중심으로 한 중도보수 정당이 나오면 민주당, 진보정당 등 3대 세력이 결선투표를 고리로 연대하는 '연합정치 강화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기존 순환출자 해소' 이한구-김종인 또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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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김종인…외부 강봉균·박상증 등 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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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30

‘야신’이 기업 운영한다면? “30㎝ 경영”

"사소한 실수가 경기를 망친다. 30㎝ 수비로 세밀하게 운영하라."

'야신' 김성근(사진) 고양 원더스 감독이 기업 임원·팀장들에게 '승리의 한 수'를 전했다. 철저한 승리 야구로 한국시리즈를 3차례나 제패한 김성근 감독은 "수비 폭을 30㎝ 단위로 설정해 세밀하게 연습을 하면 절대 실수가 없다. 작은 실수를 줄이고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게 끊임없이 연습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 1층 대강당에서였다.

임원과 팀장 등 160여명의 효성 직원들은 김 감독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배우는 책임지고 일하는 자세'를 주제로 먼저 "조직의 리더라면 자신만 출세하겠다는 사리사욕을 버리고 자신이 조금 희생되더라도 조직을 우선시해야 되며 순수함, 우직함, 열정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그는 "천직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프로정신도 갖출 것을 당부했다. 김 감독은 매 경기 9명의 야구 라인업을 짜고, 쓸만한 2군 선수를 발탁해 내야하는 감독 답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육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감독은 승부사 다운 평소 지론으로 강연을 마무리 했다. "강하니까 이기는 것이 아니고 이길 때까지 그만두지 않으니까 강해지는 것이다." 김 감독은 "벌써 속에 아직이, 아직 속에 벌써가 있으므로 급할 때는 여유를 찾고, 여유로울 때 일수록 급하게 움직이자"며 1시간30분에 걸친 강연을 큰 박수 속에서 끝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논쟁] 홍성담 화백의 '유신풍자화', 어떻게 봐야 하나
"이 자식이" "버르장머리 없는 XX" 새누리 의원들, 국회 회의 도중 욕설
공지영, 정권교체 위해 단식 기도 돌입
발사 16분전 상단로켓 이상…'2012년 우주여행' 사실상 무산
귀엽게 망가진 박하선이 없었다면…
전설, 떠나다…박찬호 "은퇴하겠다"
[화보] ′성추문 검사′ 얼굴 가린 채…

2012-11-21

총리까지 기업으로 달려가는 독일 정계

[Special Report] 공직 발판으로 돈벌이 나선 정치인들

독일 정치인들은 공직을 그만두기 전부터 돈을 많이 주는 기업으로 갈 준비를 한다. 공복으로서 민의를 반영하는 것은 뒷전이고 로비스트 역할에 더 열심이다. 기업으로 자리를 옮길 때도 신속하기 이를 데 없다. 이미 준비가 다 돼 있었다는 듯이 며칠, 몇 주 만에 해치운다. 정부나 의회는 뒷짐을 지고 있다. 좌파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정치인들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자신들의 정치 인생이 모욕당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_편집자

콜·슈뢰더 전 총리 비롯해 장차관들 잇달아 기업행… 정부와 정당은 뒷짐지고 수수방관

처음에는 정치를 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이름과 주소록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회사에 입사한다. 그리고 베를린 정계는 민망할 정도로 이 도덕성의 타락이 중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랄프 베스테 Ralf Beste 위르겐 달캄프 Jürgen Dahlkamp 기자

독일 베를린 시프바우어담에 있는 한 콘크리트 빌딩 2층에 자리잡은 12m²의, 안내 데스크도 없이 그저 얼룩진 천연 벽지로 도배된 작은 방. 난방비를 포함해 240유로의 월세를 내는 이곳이 바로 베를린의 로비컨트롤(LobbyControl) 사무소다. 국제투명성기구와 함께 독일 정계의 청렴도를 감시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단체다.

이 작은 방에서 한달 월급이 세금을 포함해 2604유로인 정치학자 티모 랑게(30)가 정치인들이 해도 되는 일이 무엇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누군가 또다시 지켜야 할 올바른 태도를 무시할 때 세심하게 그것을 기록하는 것뿐이다.

몇 년 동안 각 부처 장관이나 국회의원이었던 인물이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순식간에 민간 기업체로 간 사례. 정계 은퇴자가 체면 유지를 위한 휴지 기간을 두지 않고 얼마 전까지 자신이 관여하던 분야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즉시 재계로 가버린 사례. 자신이 공직에서 지냈던 세월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인맥, 국민이 그에게 보여주었던 신뢰, 정부의 일 처리와 의사결정 경로에 대한 내부자로서의 지식을 돈으로 바꾸는 사례. 이 모든 것을 과거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저지르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최근 몇 년간 연방과 각 주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차츰 당연한 일이 돼가고 있다.

은 1969∼1982년에 재직한 모든 전임 연방 장관들의 경력을 2000년 이후 재직한 장관들의 경력과 비교해보았다. 모든 정당들에 최근 5년간 이런 형태의 자리 이동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이를 위해 법 제정을 계획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재계로 바로 자리를 옮기는 일은 과거보다 오늘날 훨씬 자주 일어나고 있다. △장관과 국회의원들에게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고위직 공무원들에 대한 규정은 실제 상황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전임 정치가와 전임 공무원들이 누구를 위해 로비 작업을 하는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상당히 뒤처져 있다. △그럼에도 두 거대 정당은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치인, 공직자 거리낌 없이 기업행

그 와중에 새로운 이름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2012년 시즌의 이름은 에른스트 우어라우다. 2011년 말까지 연방정보국 국장으로 재직한 그는 지난 2월부터 도이체방크의 리스크 자문위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2011년 11월까지 바이에른주의 재무장관직을 맡다가 지난 5월부터 독일 저축은행 및 지로 연합회 회장이 된 게오르크 파렌숀도 있다. 2011년의 리스트에는 현재 JP모건체이스에서 일하는 전 연방 경제부 차관 베른트 파펜바흐, 현재 DKV 의료보험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전 헤센주 소비자보호부 장관 질케 라우텐슐레거, 지금은 독일연방 산업협의회의 총괄본부장이 된 전 연방 재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르쿠스 케르버가 있다.

도덕 수호자와 도덕 파괴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불공정하다. "재계에서는 그들의 이익 실현을 위해 이런 사람들을 돈으로 사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유혹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티모 랑게는 그의 관찰 결과를 이야기했다. 사회민주당(SPD) 의원 마르코 뷜로프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연방의회 안에서 이런 민망한 자리 이동을 비판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과거에 빌리 브란트(제4대 총리·SPD) 같은 정치가가 노르트스트림을 위해 일하는 게르하르트 슈뢰더(제7대 총리·SPD)처럼 가스 파이프라인 회사를 위해 로비스트로 일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쿠르트 게오르크 키징거(제3대 총리·기독교민주연합(CDU))나 헬무트 슈미트(제5대 총리·SPD)가 현대 정치인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당시에도 개별적인 타락 사례는 있었다. 반대로 보자면 오늘날에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CDU)나 빈프리트 크레츠만 연방 상원 의장(녹색당)이 언젠가 가장 돈을 많이 제시하는 곳에 자신을 팔아넘길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많은 정부 공직자들에게 이런 종류의 은퇴는 여전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사이 민망한 한계선을 넘은 사례가 많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를 단지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취업 금지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누구도 정치인들이 은퇴한 뒤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라거나, 그냥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낫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정치는 기한이 있는 직업이다. 따라서 임기가 끝난 뒤 품위 있게 퇴장할 방법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것은 정말 모든 것이 허용돼야 하느냐,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나 빠르게 허용돼야 하느냐에 대한 규정과 질문에 관한 것이다. 퇴임자가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정계에서 일했던 바로 그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얘기다. 이 사안에 대한 방침, 법, 행동 규정에서 영국·캐나다·미국 같은 나라들은 물론 심지어 유럽연합(EU)마저 독일보다 훨씬 앞서 있다.

댐은 언제 무너졌는가? 아마 헬무트 콜(제6대 총리·CDU) 때부터일 것이다. 1999년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집권기간 동안 상업방송 육성 정책으로 큰 이득을 얻은 영화·방송계의 거물 레오 키르히의 고문이 되었다. 키르히는 콜에게 자문 대가로 연봉 60만마르크 이상의 고용계약을 제시했다. 당시 콜이 늙고 돈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뒤 새로운 SPD-녹색당 연정은 콜 정부에서 하던 것과 모든 것을 다르게 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정치가들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2003년 베르너 뮐러 사건에서 밝혀졌다. 뮐러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 기업 경영자로 일했다. 그는 4년간 경제부 장관으로 일한 뒤 루르석탄AG의 최고경영자가 되었다. 이런 사례는 연이어 발생했다. 슈뢰더 정부에서 총리실 장관이던 한스 마르틴 부리는 리먼브러더스로 자리를 옮겼고, 은행 감독 분야 재무차관이던 카이오 코흐 베저는 도이체방크의 고문이 됐다.

하지만 가장 냉정하고 대담하게 진영을 바꾼 사람은 슈뢰더였다. 2005년 9월 연방의회 총선 패배 10일 뒤 가스프롬, E.ON 그리고 BASF가 발트해를 통과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계약이 서명됐다. 그 자리에는 슈뢰더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있었다. 둘은 함께 노르트스트림 프로젝트를 이뤄냈다. 그리고 100일도 지나지 않아 슈뢰더는 파이프라인협회 감독이사회 의장 자리를 받아들였다. 슈뢰더는 파이프라인이 독일에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폴란드가 새 파이프라인 계획에서 무시당하고 한 독일 총리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껴 독일-폴란드 관계에 긴장이 감돌았던 것은 슈뢰더에게 단지 감당할 만한 부수적인 피해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

이후에도 이 사업에 대한 평가는 계속 양면적이다. 슈뢰더는 열정적으로 의심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고, 그의 친구 푸틴과 러시아를 비판으로부터 보호했다. 이런 그의 행동은 푸틴의 무제한적인 신뢰로 보답받았다. 그래서 푸틴의 제국에서 독일의 이권을 위해 나설 수 있는 독일인이 있다면 그건 바로 슈뢰더다. 이는 독일 경제에 상당히 좋은 일이다. 슈뢰더 자신에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노르트스트림 감독위원회 의장직으로만 그는 연간 25만유로를 받는다. 그는 경제잡지 과의 인터뷰에서 "내 지식을 하노버의 지방법원보다, 정치와 경제가 만나는 지점에서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론의 비난은 짧고 기쁨은 길다

이것만 해도 뻔뻔스러움의 정도가 아주 높지만 마티아스 베링거는 이마저도 넘어섰다. 2006년 2월 녹색당 의원이던 그는 연방의회에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연방을 상대로 한 분쟁에서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루르석탄에 자문을 해주는 슈뢰더를 심하게 비난했다. "나는 이와 같은 행동을 심히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베링거는 분노했다. 하지만 슈뢰더의 행위만큼이나 분노를 살 만한 일이 바로 1년 뒤 그가 정치계에서 은퇴한 방식이었다. 슈뢰더 정부에서 정무차관으로 건강한 식생활이란 주제를 담당하던 그는 어디에 취직했는가? 초콜릿 제조업체인 마르스였다.

비난은 짧고 즐거움은 길다. 대담하고 빠르게 더러운 도약을 해내는 사람은 그 행위에 대한 타인의 분노가 길지 않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아도 된다. 벌써 다음 사람이 나타났다. 힐데가르트 뮐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실 장관에서 독일연방 에너지·수자원 관리협회로 자리를 옮겼고, 전 교통부 장관 마티아스 비스만은 연방의원 임기가 끝나자마자 즉시 자동차산업협회에 고용됐다.

ⓒ Der Spiegel 2012년 37호

Silberfüchse

번역 황수경 위원

2012-10-26

성경말씀 정리

성경말씀 정리

20121022부터 시작

에스겔 9-13

9 우상숭배자의 살육

10 주님의 영광이 성전을 떠남

11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대한 심판

포로된 이스라엘에 대한 소망

12 포로로 잡혀갈 것에 대한 상징

이스라엘을 위한 새로운 속담

13 그릇된 선지자에 대한 심판

그릇된 여선지자들에 대한 심판

 

11:20 내 율례를 좇으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

11:21 그러나 미운 것과 가증한 것을 마음으로 좇는 자는 내가 그 행위대로 그 머리에 갚으리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

 

14장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우상숭배 The Idolatry of Israel's Leaders

주의 심판에 대한 확신 The Certainty of the LORD's Judgment

15장 예루살렘- 쓸모없는 포도나무 Jerusalem- a Useless Vine

16장 예루살렘- 신실하지 못한 아내 Jerusalem- an Unfaithful Wife

예루살렘의 매춘에 대한 심판 Judgment on Jerusalem's Prostitution

17장 두 마리 독수리의 비유 A Story of Two Eagles

수수께끼의 해석 The Riddle Explained

18장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심판 The Justice of a Righteous God

18:22 그 범죄한 것이 하나도 기억함이 되지 아니하리니 그 행한 의로 인하여 살리라

18:23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어찌 악인의 죽는 것을 조금인들 기뻐하랴 그가 돌이켜 그 길에서 떠나서 사는 것을 어찌 기뻐하지 아니하겠느냐

18:24 만일 의인이 돌이켜 그 의에서 떠나서 범죄하고 악인의 행하는 모든 가증한 일대로 행하면 살겠느냐 그 행한 의로운 일은 하나도 기억함이 되지 아니하리니 그가 그 범한 허물과 그 지은 죄로 인하여 죽으리라

18:25 그런데 너희는 이르기를 주의 길이 공평치 않다 하는도다 이스라엘 족속아 들을찌어다 내 길이 어찌 공평치 아니하냐 너희 길이 공평치 않은 것이 아니냐

18:30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이스라엘 족속아 내가 너희 각 사람의 행한 대로 국문할찌라 너희는 돌이켜 회개하고 모든 죄에서 떠날지어다 그리한즉 죄악이 너희를 패망케 아니하리라

 

18:22 All their past sins will be forgotten,and they will live because of the righteous things they have done.

18:23 "Do you think, asks the Sovereign Lord, that I like to see wicked people die? Of course not! I only want them to turn from their wicked ways and live.

18:24 However, if righteous people turn to sinful ways and start acting like other sinners, should they be allowed to live? No, of course not! All their previous goodness will be forgotten, and they will die for their sins.

18:25 "Yet you say, 'The Lord isn't being just!' Listen to me, O people of Israel. Am I the one who is unjust, or is it you?

18:30 "Therefore, I will judge each of you, O people of Israel, according to your actions, says the Sovereign Lord. Turn from your sins! Don't let them destroy you!

 

19장 이스라엘 왕을 위한 애가 A Funeral Song for Israel's Kings

20장 이스라엘의 반역 The Rebellion of Israel

심판과 회복 Judgment and Restoration

21장 주님의 심판의 칼 The Lord's Sword of Judgment

바벨론 왕을 위한 지시표 A Signpost for Babylon's King

암몬에 대한 예언 A Message for the Ammonites

22 예루살렘의 The Sins of Jerusalem

주님의 정제하는 풀무 The Lord's Refining Furnace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The Sins of Israel's Leaders

23 자매의 간음 The Adultery of Two Sisters

오홀리바에 대한 주의 심판 The Lord's Judgment of Oholibah

자매에 대한 주의 심판 The Lord's Judgment on Both Sisters

2012-05-15

서버 차단·전자투표 방해… 사무총국 ‘쿠데타 시도’ 의혹<세계일보>

서버 차단·전자투표 방해… 사무총국 ‘쿠데타 시도’ 의혹<세계일보>

통합진보 당권파 최후까지 ‘꼼수’

5·12 통합진보당 폭력 사태로 코너에 몰린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마지막 저항선은 장원섭 전 사무총장이었다.

장 전 총장은 14일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해임됐다. 그는 이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을 공식 사퇴한다”는 ‘퇴임의 변’을 남겼다.

그는 중앙위 의장인 심상정 공동대표와 부의장 유시민 공동대표의 온라인 토론회 서버를 차단한 데 이어 중앙위 전자투표를 불허해 ‘하극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당권파가 쿠데타를 시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장 전 총장은 전날 당 공동대표의 인터넷 토론회를 차단하면서 “사무총국에 공식적인 통보나 협조 요청 없이 진행되고 있는 사적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앙위 의장인 심 대표에 대해선 “의장으로서 지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당권파의 논리를 사무총장이 그대로 주장한 것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당권파의 5·13 쿠데타’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당권파의 속셈은 지속적 회의 방해로 당 중앙위를 무산시킨 뒤 지도부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 당권파인 장 총장 체제로 임시지도부를 구성하고, 다음달 1일 국회가 개원하면 원내대표를 선출해 원내대표가 사실상 당을 운영하는 체제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장 전 총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당내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총무실은 당 회계·재정·당원 관리을 맡은 핵심부서다. 2008년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가 다른 정파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은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지분을 나눠 통합할 때에도 사무부총장 자리는 정파별로 배분했지만, 총무실 회계·재정 부문은 그대로 유지됐다.

비당권파에서는 혁신의 대상으로 총무실을 지목하고 있다. 경기동부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가 대표로 있던 기획사 CNP전략그룹이 당의 홍보 관련 사업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었던 것도 당권파가 총무실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총무실은 또 온라인 투표 시스템 개발 경험이 없었던 A사와 수의계약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부실경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 전 총장은 사퇴했지만 여전히 총무실은 당권파에 맡겨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동부 출신으로 알려진 백승우 사무부총장이 총무실의 실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 사무부총장의 부인은 경기동부 출신의 김미희 당선자다.

김 당선자는 이날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당선자 등과 함께 중앙위 전자회의 효력과 공동대표단 권한을 부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입력 2012.05.14 18:53:07, 수정 2012.05.14 23:21:05
 

2012-05-14

친노 미운 오리새끼서 진보개혁 선봉… 유시민 다시 뜬다

통합진보당 당권파 내에서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공동대표와 손을 잡은 게 결정적 패착이었다는 자성이 흘러 나온다. 유 전 대표를 얕잡아 보다 정파의 정치적 몰락까지 초래하고 말았다는 뒤늦은 후회도 있다. 당권파는 당초 국민참여당계 경선 후보의 부정선거 의혹이 당권파 비례대표 후보로 불똥이 튄 데 대해서도 '유시민의 기획 쿠데타'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 비당권파 회견
통합진보당 유시민(오른쪽부터)·심상정·조준호 전 공동대표가 퇴진에 앞서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자투표를 비롯한 중앙위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 전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중앙위에서 벌어진 폭력사태 때 입은 부상으로 목에 깁스를 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 창당으로 통합 주체들의 지분 배정에 따라 2대 주주였던 유시민 공동대표는 창당 5개월 만인 14일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유 전 대표는 통진당의 총선비례 대표 부정선거를 통해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재부각되고 있다. 진보 진영의 아이콘이었던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당권파 폭력 사태로 인해 정치적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유 전 대표는 이날 당권파를 작심하고 공격했다. 그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권력을 쥐고 있던 분들이 대선 후보든 당 대표든 하고 싶다면 같이 해 주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전해 왔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서로 변하기로 약속하고 통합을 해서 합법적이고 대중적인 정당으로 가기로 합의했지만 그분들을 지켜본 결과 이분들과 힘을 합쳐 파당을 짓게 되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당권파의 실세이자 당권거래설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도 비판했다. 유 전 대표는 "단순히 정치적인 욕심이든 이권이든 뭐든 있는 것 같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당권은 못 놓겠다, 또 어떤 일이 있어도 이석기 당선자는 꼭 국회에 보내야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의 의사결정기관의 결정을 다 막아야 된다,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는. 이렇게 판단하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한때 미운 오리새끼였다.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때 민주당 당권파로부터 분열주의자로 낙인찍혔고 친노 진영의 분열이라는 비판 속에 지난해 1월 국민참여당을 창당했다. 그가 정계 입문 후 갈아탄 당적도 개혁국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무소속-국민참여당에 이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분열주의자 이미지가 강해 민주당 등 기성 야권의 비토가 적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치러진 지난해 4·27 보궐선거에서 패배했고, 앞서 2010년에는 야권 단일후보가 되고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떨어졌다. 적어도 대선후보군에서는 멀어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런 그가 강성 운동권 세력이 득세해 온 '호랑이 굴'을 쇄신하는 모습으로 정치적 재기를 이뤘다는 평가이다. 머릿수만 앞세우며 패권주의라는 자가당착에 빠진 당권파가 유 전 대표를 얕본 게 자충수라는 지적도 있다. 유 전 대표 역시 경기동부연합의 자주파(NL) 운동권 못지않은 강성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인물과 사상'에서 정치인 유시민에 대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스트"라고 규정한 바 있다. 자신의 '개혁 열망'을 잣대로 '속도'의 문제를 '본질'의 문제로 탈바꿈시켜 낙인 정치와 선동 정치를 구사한다고 평가했었다. 유 전 대표 스스로도 이정희 전 공동대표와의 대담집인 '미래의 진보'에서 "이정희보다 훨씬 마키아벨리적인 사람"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를 진보적 자유주의자이자 대중 정치를 지향하는 '정치인 유시민'이 정파 프레임에 갇힌 '무능'한 NL 운동권을 쳐낸 '정치적 사화'로 보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통진당은 민노당 자주파와 국민참여당(유시민), 민중민주(PD)계의 진보신당 탈당파(심상정·노회찬)가 55대30대15의 지분으로 한 살림을 꾸린 정치적 연합체다. 정치 철학과 문화가 다른 세 정파는 4·11 총선을 통한 세력 확장이라는 정치적 실리가 유일한 결합 명분이었다.

통진당 사태의 이면에 담긴 최대의 아이러니는 유 전 대표와 연합해 당권파 숙청에 나선 심상정 전 공동대표가 당초 유 전 대표와의 통합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참여당과의 통합을 강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원했던 세력이 다름아닌 지금의 당권파였다는 점이다.

유·심 두 전 공동대표는 1959년생 동갑내기이자 서울대 78학번 동기다. 정통 PD로 NL에 대한 이해가 깊은 심 전 대표는 유 전 대표가 NL 당권파와 절대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예견하고 있었다. '유시민과 당권파의 전쟁'은 어느 한쪽의 백기 투항이나 당이 쪼개지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